제490화
배승연은 서연주를 차갑게 노려보며 비웃듯 말했다.
“서연주 씨는 그토록 자신이 대단한 인물이라 착각하는 겁니까?”
그 말에 서연주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왜 배승연이 이토록 박은영 편을 드는 건지.
오늘 전시를 위해 돈을 낸 쪽은 자신들이었는데.
허윤정은 이미 마음을 가라앉히고 카메라가 정면에서 자신을 겨누고 있음을 의식하며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그저 오해일 뿐입니다. 배 대표님께서 모르시는 사정이 있어요. 박은영 씨와 저희 집안 사이에는 오래된 갈등이 있습니다. 부디 사실을 곧이곧대로 믿고 휘둘리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러자 배승연은 코웃음을 치며 다시 물었다.
“그럼 다시 묻겠습니다. 이 <적멸>은 정말 본인 작품 맞습니까?”
허윤정은 박은영의 싸늘한 눈빛과 배승연의 의미심장한 표정을 동시에 마주하며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
하지만 이미 앞서 스스로 작품이라고 인정한 이상 물러설 수 없었다.
“배 대표님께서는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싶으신 거죠?”
허윤정은 억지로 담담한 척했지만 목소리에는 흔들림이 스쳤다.
그 순간, 서연주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서연주는 무심코 아래쪽에 앉아 있는 유태진을 바라보았고 유태진의 강렬한 눈빛은 어느 정도 서연주에게 힘이 되었다.
“맞아요. 배 대표님, <적멸>이 제 어머니의 작품이 아니라고 주장하려면 좀 더 직접적인 증거가 필요하지 않나요? 그림에는 서명도 없으니 박은영 씨가 뭐라 말한다고 해서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을 겁니다.”
심해준까지 나서서 목소리를 보탰다.
그러나 자리에 있던 예술가들은 입을 닫은 채 서로 눈빛만 주고받았다.
그들의 눈에는 이미 드러나 있었다.
<적멸>과 <망>의 필력과 색감 차이가 너무도 뚜렷했기에 아무리 숨기려 해도 허윤정의 작품이 아님은 분명했다.
언론 기자들은 놓치지 않고 셔터를 연달아 눌러 허윤정의 표정 하나하나를 포착했다.
정하늘이 유태진을 힐끔 보며 중얼거렸다.
“이건 서연주 씨가 괜히 배승연을 건드린 거 아냐?”
그러나 유태진은 말없이 상황만 지켜보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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