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5화
정하늘은 순간 놀란 눈빛으로 속삭였다.
“박은영이 여기에 온다고? 서연주의 전시장에서 얼굴을 비추다니... 스스로 민망하지도 않은가? 이건 그냥 서연주를 곤란하게 만들러 온 거잖아.”
오늘은 서연주가 주인공인 자리였다. 그런데 박은영이 예고도 없이 나타난 건 누가 봐도 무례해 보일 수밖에 없었다.
서연주는 곁에 서 있는 유태진의 팔을 살짝 끼고 있다가 흘러나온 말에 태연히 대꾸했다.
“괜찮아요. 오고 싶으면 오는 거죠.”
서연주는 굳이 따로 설명하지는 않았고 사실 박은영에게 초대장이 전달된 적이 있다는 사실을 감췄기 때문이다. 그 말은 곁에서 듣는 사람들에게는 곧 박은영이 불청객으로 찾아온 셈이라는 확신을 심어 주었다.
그 순간, 김정한의 시선이 자연스레 박은영에게로 향했다.
최근 우성대 사건으로 박은영의 이름은 이미 학계와 업계에 널리 퍼져 있었고 이건 놀라움과 동시에 어쩐지 이해가 되었다.
‘역시... 박은영 씨라면 가능하겠지.’
김정한은 예전에 박은영의 능력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던 자신이 떠올랐다.
유태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전시장 내부 준비 상황만 바라보았고 그의 관심은 오직 행사 진행에만 있었으며 박은영이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서연주는 그런 유태진의 모습이 만족스러운 듯 입꼬리를 올리며 은근히 말했다.
“태진 씨, 후반부에는 인터뷰 시간이 있어요. 괜찮으면 저랑 같이 나가 줄래요? 그리고 엄마가 직접 창작 과정을 이야기하는 자리도 마련돼 있어요.”
유태진은 고개를 숙여 서연주를 잠시 바라본 뒤 짧게 답했다.
“그래. 알겠어.”
서연주는 유태진의 대답 하나에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일을 함께해 주겠다는 건 그 무엇보다 든든한 신뢰의 표현이었다.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유태진이 얼마나 확고히 서연주를 지지하는지 똑똑히 보았다.
그러나 박은영은 유태진과 서연주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심가희가 하수혁에게 전화를 돌리고 있는 동안, 박은영은 손목시계를 보며 전시 시작까지 남은 시간을 가늠했다.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NovelRead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