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3화
오후, 박은영은 외할머니 나혜주를 겨우 달랜 뒤 다시 회사로 돌아왔다.
그때 심가희도 소식을 전해 들었다. 허윤정이 박은영 가족에게까지 초대장을 보냈다는 걸 알자 심가희는 분을 참지 못하고 욕설을 내뱉더니 물었다.
“어떻게 할 거야? 갈 거야? 말 거야?”
박은영은 이미 마음을 가라앉힌 상태였다.
“가야지. 지난번에는 안 갔으니까 이번에는 어떤 식으로든 상대에게 체면을 세워 주는 척이라도 해야 해.”
박은영의 말 속에는 단호한 결심이 담겨 있었고 이번만큼은 물러서지 않겠다는 각오였다.
마침 최근 우성대 논문 사건으로 박은영의 이름이 학계에서 떠오르며 적잖은 관심을 받고 있었다. 우성대 학생들과 업계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박은영의 일거수일투족에 쏠려 있는 지금 상황에 직접 현장에 가서 허윤정의 가면을 벗겨 낸다면 분명 파급력은 클 터였다.
증거를 완벽히 손에 쥔 건 아니었지만 한 번 크게 흔들어 놓기만 해도 의심과 조사로 이어질 수 있었다. 어차피 허윤정이 지금껏 누린 명성도 해외에서의 활동 덕분에 가능했던 것이니 이번 기회에 틈을 만들 수만 있다면 불리한 상황도 뒤집을 수 있었다.
물론 이 모든 게 그렇게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박은영은 설령 무모해 보여도 이번 전시회를 허윤정이 무사히 마쳐 국내 입지를 단단히 다지는 꼴만은 볼 수 없을 거라고 결심했다.
심가희도 그 심정을 이해했고 고개를 끄덕이며 단호히 말했다.
“걱정하지 마. 나도 같이 갈게. 현장에서 소란 피우는 건 내가 맡을 테니까 넌 괜히 이미지에 흠집 나지 않게 조심해.”
박은영은 미소를 지으며 심가희의 뺨을 살짝 꼬집었다.
“괜찮아. 나도 어느 정도 준비는 돼 있으니까.”
그날 저녁, 박은영은 배서훈에게서 예상치 못한 메시지를 받았다.
[서연주가 제 누나 소유의 미술관을 빌려 전시회를 연다던데 은영 씨가 불편하다면 제가 곧바로 걔네를 쫓아낼게요.]
[왜 누나가 대관을 허락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괜한 오해는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배서훈이 굳이 먼저 해명해 온 건 박은영에게도 의외였다.
박은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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