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0화
나는 가족들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았다. 내가 이런 남자에게 시집갔다는 걸 알면 무조건 온갖 유난을 떨며 찾아왔을 것이다. 하여 잠시 박윤성이 뒤에서 협박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가 이내 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할 사람이 아니라고 부정했다.
그렇게 생각에 잠겨있는데 밖에서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방울방울 내리던 비가 점점 거세게 쏟아졌다. 자리에서 일어나 모든 창문을 닫고 베란다고 나가보니 아래는 아무도 없었다. 그제야 한시름 놓은 나는 박윤성이 예전처럼 그냥 돌아갔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요즘에는 나와 정면충돌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며 복도로 나가 문을 걸어 잠그려는데 순간 한편에 선 검은 그림자가 시야에 들어왔다.
“누구야?”
깜짝 놀란 나는 서둘러 뒷걸음질 쳤다. 그러자 검은 그림자가 천천히 고개를 들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박윤성의 호수처럼 깊은 눈동자를 마주한 순간 나는 몸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칠흑처럼 어두운 눈동자는 뒤로 보이는 밤하늘과 다를 게 없었다.
그는 온몸이 폭삭 젖은 채로 그 자리에 서 있었는데 머리에서 흘러내린 물방울이 아무 소리 없이 바닥에 떨어졌다. 나는 알 수 없는 눈빛에 놀라 뒤로 물러서며 문을 닫으려는데 박윤성이 성큼 걸어와 손으로 문을 막았다.
“이거 놔.”
하마터면 손바닥이 문에 낄 뻔했지만 박윤성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만하게 나를 내려다봤다. 그 시선을 견디기 힘들었던 나는 입술을 앙다문 채 힘껏 문을 닫는 것으로 거부감을 팍팍 드러냈지만 박윤성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몇 번 밀어도 아무 소용이 없자 화가 치밀어오른 나는 문을 쾅 닫고 그대로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왔다.
뒤따라 들어온 그는 자연스럽게 문을 잠그고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왜 화를 내?”
아직 멀리 가지 못한 나를 뒤에서 꽉 끌어안은 그가 말을 이어갔다.
“나를 밖에 버려두려고 한 사람은 넌데 네가 왜 화를 내냐고?”
나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어깨에 올려진 손을 뿌리치고는 몸을 돌려 그를 마주했다.
“여기서 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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