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7화
방 안 공기에는 위험한 긴장감이 스며들어 있었다. 나는 몸이 미세하게 떨리는 걸 느끼며 숨을 길게 내쉬고 낮게 말했다.
“변한 건 내가 아니야. 네가 변한 거야.”
순간 웃음이 나올 뻔했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내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챘다니, 이걸 과연 부부라고 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부부 사이야말로 가장 가깝지만 가장 멀어질 수 있는 사이라고 했는데, 나는 지금 그 말을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었다.
같은 침대에 누워 있어도 우리는 전혀 다른 꿈을 꾸고 있었다.
내가 자살 소동 이후 깨어나서 함께한 시간은 결코 짧지 않았다.
그 시간 동안 나는 지금의 박윤성을 충분히 파악했다. 하지만 그는 정작 자기 옆에서 숨 쉬는 사람을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가 정말 서로를 사랑하고 있었다면 그는 진작에 내가 달라졌다는 걸 알아야 했다. 그런데 그는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나는 그를 바라보며 차갑게 비웃었다.
“내가 대체 뭐가 이상하다는 건데? 박윤성, 네 뒤만 졸졸 따라다니면서 한순간이라도 나를 돌아봐 주길 애원하듯 바라보고 마치 질투에 미쳐 네 주변 여자들에게 화를 내고, 나만 바라보라고 떼쓰고 그 과정에서 자존심 따위는 내다 버리고... 오직 네 마음에 들기 위해 내 삶 전부를 포기하던 그때처럼 내가 아직도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거야? 이제는 그렇게 비참하게 널 사랑하지 않으니까, 그게 불편해진 거야? 네가 익숙하던 그 모습이 아니니까?”
박윤성은 아무 말도 못 한 채 나를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나는 기억을 잃은 뒤에도 그를 의식적으로 밀어내기만 했을 뿐, 그에게 내 진심을 털어놓은 적은 거의 없었다.
왜냐하면 나는 알고 있었다. 그는 남편이라 불릴지언정 결코 내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내 안은 그저 열여덟 살의 나였다. 그리고 그때의 나는 오직 남자 하나에 의존해 세상을 다 내던지고 모든 선택을 사랑에 맞춰버리는 어리석은 사람들을 가장 혐오했다.
그런 내가 어떻게 과거처럼 한 남자에게 인생을 걸 수 있었겠는가.
그래서 나는 본능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NovelRead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