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7화
내가 길가에 서서 움직이지 않자 주성현이 자기도 모르게 재촉했다.
“사모님, 일단 차에 타세요. 사람들이 보고 있는데 좋은 모습은 아니잖아요...”
“좋은 모습이 아니라는 거 알면서 왜 막고 있어요?”
나는 주성현의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만 가요. 오늘은 돌아갈 생각 없으니까.”
차 안에 앉은 남자가 움찔하는 걸 나는 보았지만 결국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눈꺼풀조차 들지 않았다. 오히려 덤덤한 표정으로 손에 든 서류를 보다가 이내 천천히 내려놓았다.
이에 주성현이 눈을 질끈 감고 이렇게 말했다.
“사모님, 차에 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러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내 귓가에 속삭였다.
“더는 대표님을 자극하지 마세요. 아까 파티장에서 이미...”
“이미 뭐요?”
나는 웃으며 주성현을 바라봤다. 자살했다가 깨어난 후로 주성현은 알게 모르게 내 앞에서 알짱거리며 나를 조롱하거나 깎아내렸다. 레퍼토리는 항상 박윤성을 귀찮게 하지 말라, 본분을 지키라 등등이었다.
고작 비서 주제에 무슨 자격으로 내게 그런 말을 하는지 의문이었다. 비서라면 모름지기 주어진 업무만 하면 되는데 대표님의 개인 생활까지 관여하는 게 너무 거슬렸다.
‘내가 자기 부하 직원이야? 뭔데 자꾸 이래라 저래라야?’
나는 주성현의 눈동자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했다.
“말해봐요. 내가 무슨 짓을 했길래 박윤성이 그렇게 화가 났는지.”
주성현이 바로 입을 다물고는 난감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아마도 내가 이렇게 설득하기 어려운 줄은 몰랐던 것 같았다.
한참 지나서야 마음이 진정된 나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이렇게 말했다.
“가서 전해요. 돌아가지 않는다고. 먼저 가요.”
옆에서 지켜보던 투자자는 떨떠름한 표정이었지만 그대로 예의를 차리며 물었다.
“송지연 씨, 다른 일 있으면 먼저 들어가도 돼요. 우리는 고 대표님과 얘기하면 되는데...”
“그럴 필요 없어요.”
나는 고개를 저으며 송구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죄송해요. 집안일 때문에 안 좋은 모습까지 보였네요. 하지만 걱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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