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9화
바로 그 순간 속 좁은 사람 취급을 받은 내가 직접 그 자리를 지나게 됐다.
박영훈이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내 귀로 그가 조민서 앞에서 나를 헐뜯는 말을 들으니 마음 한구석에서 짜증과 역겨움이 올라왔다.
“그럼 얼른 회장님께서 아끼는 조민서를 박씨 집안에 들이세요. 그럼 속 좁은 내가 회장님 눈에 거슬릴 일도 없어질 테니까요.”
집사 뒤를 따라가 약상자가 있는 찬장 앞에 선 나는 약상자를 집어 들고 곧장 걸음을 옮겼다.
갑작스러운 내 한마디에 거실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다들 당황한 듯 한동안 아무도 말을 잇지 못했다.
박윤성의 시선이 나에게 닿았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그의 몸에서 풍기는 차갑고 묵직한 향과 내가 들고 있는 약품 냄새가 뒤섞여 이상하게 날카롭고 불쾌한 냄새를 만들어냈다.
나는 걸음을 재촉했다.
그때 등 뒤에서 박영훈의 언짢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넌 어른을 보면 인사할 줄도 모르는 거야?”
내 험담을 하다가 들킨 주제에 전혀 민망해하는 기색도 없이 오히려 내가 예의 없다고 몰아붙였다.
나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등을 돌리지도 않은 채 입을 열었다.
“왜 인사 해요? 난 속이 좁은 사람이라 원래 잘 삐지거든요.”
나는 그가 방금 내게 한 말을 고스란히 되돌려주었다.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걸어 나갔다.
몇 걸음쯤 갔을까, 등 뒤에서 조민서가 박영훈에게 울먹이며 하소연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용은 뻔했다. 자기는 절대 두 사람 사이를 망치고 싶지 않았다느니, 오늘은 그저 할아버지를 보러 왔다느니, 내가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느니...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반복된 레퍼토리였다.
조민서는 지치지도 않고 듣기 지겨워질 정도로 여전히 같은 말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반응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한시라도 빨리 방으로 돌아가고 싶어 걸음을 서둘렀다.
손목의 상처가 점점 욱신거렸다. 병원에 갈 수도 없는 상황이라 일단 스스로 치료해야 했다.
방으로 돌아와 문을 닫고 잠금장치를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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