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8화
고윤정은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낮은 목소리로 겨우 한마디를 꺼냈다.
“그 사람은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그녀는 단호하게 말을 이었다.
“백민준은 절대 그런 사람 아니라고요!”
나는 한숨만 푹 내쉬고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침 그때, 방 문이 갑자기 열렸다.
나는 서둘러 고윤정에게 말했다.
“나 좀 바빠서 이따가 다시 연락할게.”
전화를 끊자마자 박윤성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내가 전화를 끊는 걸 본 그의 눈에 차갑고 서늘한 빛이 번뜩였다.
“이제 전화하는 것도 나 몰래 하는 거야?”
나는 그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너 다시는 나 가두지 않겠다며. 그럼 나도 내가 가고 싶은데 갈 자유쯤은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박윤성은 문을 닫고 내 앞까지 성큼 다가왔다.
“그래서 어디 가겠다는 건데?”
그의 목소리는 낮고 싸늘했다.
“내가 가고 싶은데 간다는 건, 굳이 너한테 일일이 보고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야.”
박윤성은 내 말을 들으려는 기색조차 없이 바로 결론을 내렸다.
“넌 그냥 고인우한테 가겠다는 거잖아.”
그의 목소리는 서늘하기 그지없었다.
“너 요즘 집만 나갔다 하면 제일 먼저 고인우부터 찾아갔어. 도대체 그 자식한테 뭐가 있길래 그렇게 매달리는 거야?”
비아냥거리는 듯한 말을 들으며 나는 한심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럼 넌? 시간만 나면 조민서한테 가잖아.”
박윤성은 짜증스러운 듯 옷깃을 거칠게 당겼다.
“이미 수없이 설명했잖아. 자꾸 똑같은 말 반복하게 하지 마. 일단 너부터 좀 진정해.”
그러고는 돌아서서 방을 나가버렸다.
그가 사라지자마자 나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손목이 욱신거리며 날카로운 통증이 올라왔다.
자해한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아 살짝만 물이 닿거나 무언가에 스치기만 해도 참기 어려울 만큼 아팠다.
잠시 통증을 참으며 숨을 고른 나는 약을 바르기 위해 방 안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때 문밖에 서 있던 집사가 공손하게 말했다.
“오늘 밤 대표님께서 돌아오지 않는다고 하십니다.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NovelRead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