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3화
나는 고윤정을 힐끗 보며 물었다.
“네 말은... 백민준이 조민서를 좋아한다는 거야?”
고윤정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그럴 거예요...”
사실 나도 예전부터 어느 정도 눈치는 챘지만 백민준이 조민서에게 유독 신경 쓰는 순간마다 항상 박윤성이 그 옆에 있었고 나는 그저 어릴 적부터 친한 사이라서 그런 줄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보니 셋의 관계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했다.
조민서는 박윤성을 좋아하고 백민준은 그런 조민서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
박윤성은 줄곧 조민서를 동생이라고만 했지만 내가 보기엔 둘 사이엔 분명 미묘한 기류가 흘렀다.
솔직히 18살의 송지연이 무슨 생각으로 이 판에 뛰어들었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얽히고설킨 관계 속에 왜 굳이 끼어든 걸까?
아니, 어쩌면 그땐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무작정 사랑에 빠졌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상함을 눈치챘다면 그때라도 정신 차리고 빠져나와야 했다.
나는 속에 있던 생각을 그대로 꺼내놓았다. 그러자 고윤정은 나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며 고개를 저었다.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요? 감정이란 건 마음 먹는다고 쉽게 정리되는 게 아니에요. 사람이 무슨 기계예요? 그냥 스위치 켜고 끄듯 사랑을 멈출 수 있냐고요! 그러니까 누구든 막상 그 안에 있으면 헤어 나오기 힘든 거고 언니도 그랬잖아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에 잠겼다.
맞는 말이었다. 그때 나는 박윤성에게 완전히 빠져 친구도, 일도 전부 뒷전이었다.
내 삶의 전부를 그의 말과 표정에 걸고 살았다.
박윤성의 작은 시선 하나에 내 세상은 무너지고, 또 세워졌다.
그와 조민서가 조금만 다정해 보여도 내겐 세상이 끝나는 것 같은 충격이었다.
그때 나는 그 사람을 맹목적으로 숭배하고 있었고 쉽게 헤어 나올 수도 없었다.
만약 그때 내가 충동적으로 손목을 긋고 기억을 잃지 않았다면 지금도 그 진흙탕에서 허우적거리며 박윤성의 눈길을 구걸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 생각을 하니 소름이 돋았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고윤정을 바라봤다.
“그러지 말고 다른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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