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2화
고윤정이 익숙한 듯 진료실 앞까지 가서 문틈으로 몰래 안을 들여다보는 걸 보고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녀 시선이 향한 곳에 내게도 낯설지 않은 얼굴이 있었다.
“네가 좋아한다는 사람이... 설마 백민준이야? 너 어떻게 그 사람 좋아하게 된 거야!”
내 놀라는 목소리에 고인우는 ‘내가 왜 그런 말 했는지 이제 알겠지’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릴 때부터 쭉 그랬어. 백민준을 좋아하는데, 그 사람은 관심도 안 줬어. 그래서 아픈 척하면서 병원 찾아가고 수년째 혼자 짝사랑하면서 고백은 한 번도 못 했어.”
고윤정은 백민준이 있는 쪽을 바라보며, 슬픈 표정으로 입술을 꾹 깨물었다.
“고백 안 한 게 아니야... 그냥...”
말끝을 흐리며 고개를 떨군 고윤정은 목소리가 작게 떨렸다.
사무실 안, 백민준은 책상 앞에 앉아 있었고 가림막을 젖히고 나온 조민서가 그의 앞에 섰다.
“민준 오빠, 내 얼굴 정말 괜찮아질 수 있어요?”
눈가는 여전히 빨갛고 얼굴엔 상처 자국이 선명했다.
이마는 실밥 자국까지 남아 있었고 소독으로 붉어진 살갗 위로 잔 실밥들이 드러나 있었다.
볼엔 자잘한 상처들이 여러 개 있었다. 피부가 찢기거나 부어오른 자국들, 대부분은 고윤정이 할퀸 것이었고 흉터 체질만 아니라면 크게 문제 될 상처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마 상처는 꿰맨 상태라 흉터가 남을 가능성이 있었다.
백민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우리 쪽을 등지고 조민서 앞에 섰다.
손을 들어 그녀의 볼 가까이에 손끝을 가져갔지만 상처 부위에는 닿지 않았다.
“걱정하지 마.”
목소리는 낮고 담담했지만 어딘가 애잔한 울림이 배어 있었다.
“최대한 흉터 안 남도록 할 거야.”
“하지만 다른 의사는 흉터 없이 낫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어. 얼굴에 상처 하나 없었는데... 이렇게 흉한 흉터가 남게 될까 봐 무서워...”
조민서의 목소리가 점점 떨리더니 그녀는 이내 울먹이기 시작했다.
그때, 방 안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릴 수는 없어?”
안을 들여다 보니 진료실 한쪽 소파에 박윤성이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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