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3화
박윤성은 잠시 멈칫하더니 나를 억지로 뒤집어 눕히고는 그의 눈을 바라보게 했다.
“네가 민서를 싫어하는 거 알아. 당분간 최대한 너랑 안 마주치게 할게.”
“정말 관대하시네.”
나는 냉소를 흘렸다.
“차라리 돌아가면서 상대해 주는 게 어때? 월수금엔 나 화목토엔 조민서. 서로 영역 침범 안 하게.”
“송지연!”
참다못한 박윤성이 낮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다. 눈에 띌 만큼 분노가 억눌러져 있었다.
“다시 말하지만 난 그냥 민서를 여동생처럼 생각할 뿐이야.”
그의 진심이 어떤지는 나도 모른다. 하지만 조금 전 박윤성이 조민서에게 돌아가라고 말한 건 분명 선을 그은 행동이었다.
그렇다면 전에는 25살의 나를 왜 그렇게 불안하게 만들었을까?
도대체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알고 싶지도 않았다.
“박윤성, 네가 조민서를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어. 지금 나 너무 피곤해. 그러니까 좀 쉬게 해줄래?”
이게 자살 시도 후유증인지, 기억 상실의 영향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는 알 수 없었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서 어떤 생각도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박윤성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곁에 누운 그는 뒤에서 나를 끌어안았다.
몸을 떼고 싶었지만 그가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 나는 힘도 없었고 피로에 지쳐 그냥 그의 품에 안긴 채 눈을 감았다.
박윤성은 더한 짓을 하지는 않았다. 그저 안고만 있을 뿐이었지만 그 정도만으로도 나로서는 괴롭기 그지없었다.
머리는 계속 어지러웠고 통증은 다시 밀려왔다.
나는 결국 그 피로감에 이기지 못하고 서서히 잠에 빠져들었다.
그런데 꿈자리가 편치 않았다.
몽롱한 꿈속에서 나는 어디론가 걷고 있었다. 끝없이 펼쳐진 들판 위, 앞은 온통 뿌연 안개로 가득했다.
앞으로 뻗은 손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나는 무작정 앞으로 달려갔고 방향이 보이지 않았다.
얼마나 걸었을까, 안개 너머로 숲이 나타났다. 나는 망설임 없이 그 안으로 들어갔다.
주변에는 키를 훌쩍 넘는 나무뿐이었고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았다. 가지에 긁혀 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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