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2화
박윤성은 눈살을 살짝 찌푸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문 너머로 다시 조민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방해하고 싶진 않았는데... 그래도 오빠랑 지연 씨가 나 때문에 자꾸 싸우는 건 보기 싫어서 그래. 할아버지랑 함께 있을 때마다 괜히 죄책감이 든단 말이야. 내가 뭘 잘못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두 사람 다시 화해할 수만 있다면... 내가 먼저 사과할게.”
조민서는 한참을 떠들어댔고, 끝내는 할아버지 얘기까지 꺼냈다.
그제야 박윤성은 나를 놓고 문 쪽으로 걸어가 문을 열었다.
그를 보자 조민서의 눈빛이 반짝였다.
“이제야 나 봐주는 거야? 오빠까지 나한테 화난 줄 알았잖아...”
그녀의 목소리는 한껏 서운함이 묻어났지만, 박윤성의 반응은 담담했다.
“무슨 일이야?”
그의 무심한 태도에 조민서의 눈빛이 순간 흔들렸다. 이런 반응은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
조민서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입술을 감쳐물었다.
“아까도 말했잖아... 그냥 지연 씨한테 사과하려고 왔을 뿐이야. 설마 오빠도 나 귀찮아하는 거야?”
하지만 박윤성은 그녀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대신 나를 바라봤다.
“너한테 사과하고 싶대.”
나는 눈을 감은 채 대꾸했다.
“그래서? 사과하면 내가 받아줘야 해?”
조민서의 손이 순간 꽉 쥐어졌다.
“지연 씨, 내가 뭘 잘못했다고 인정해서 사과하는 게 아니에요. 그냥 오빠랑 지연 씨가 계속 싸우는 게 싫어서 그런 거예요. 난 오빠가 힘들어하는 게 싫어요.”
“그래요?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사과는 왜 해요? 난 그런 가식적인 사과 안 받아요.”
나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등졌다. 더는 말 섞기도 싫었다.
조민서는 주먹을 꽉 움켜쥔 채 무력하게 박윤성을 바라봤다.
“미안해, 난 진짜 두 사람이 화해했으면 해서 온 건데... 지연 씨가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어...”
박윤성은 이마를 짚으며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굳이 사과 안 해도 돼. 이제 그만 가.”
“오빠, 지금 나 쫓아내려는 거야?”
“당분간 너희 집으로 돌아가.”
그는 담담하게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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