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3화
열이 받으니 반말도 멋대로 튀어나왔다.
“뭐?”
박지한이 얼떨떨한 얼굴로 되묻자 나는 빼도 박도 못 하게 직접 그의 주머니에서 케이스를 꺼내 그의 눈앞에 들이밀었다.
“이거 누구 주려고 산 거냐고.”
박지한은 눈썹을 살짝 끌어올리더니 내게서 케이스를 건네받고는 천천히 열었다.
“이건 네가 상을 타지 못했을 때를 대비해 선물해주려고 특별 주문한 거야.”
나는 조금 놀란 얼굴로 케이스 안을 바라보았다.
당연히 반지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귀걸이였기 때문이다. 그가 준비한 귀걸이는 내가 받은 상장에 새겨진 깃털 펜 모양으로 되어 있었다.
“반지가 아니네?”
“갑자기 기분이 안 좋아진 게 혹시 내가 프러포즈를 안 해서야?”
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 수상소감을 말하고 나면 바로 나한테 프러포즈할 줄 알았어.”
박지한은 소리 내 웃으며 그건 안 되는 일이라고 했다.
이에 내가 눈을 부릅뜨며 왜 안 되는 일이냐고 물으니 박지한은 진지한 얼굴로 나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만약 내가 오늘 시상식장에서 프러포즈를 했으면 사람들은 너를 프리츠커상을 받은 최연소 디자이너가 아닌 시상식장에서 프러포즈 받았던 여자로만 기억하게 될 거야.”
나는 순간 심장이 따뜻하기도 하고 말랑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박지한은 그런 내 얼굴을 보더니 장난 어린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나연이 네가 이렇게도 프러포즈를 원할 줄은 몰랐는데 내가 눈치가 없었네.”
나는 그의 얼굴이 괜히 괘씸해져 콧방귀를 뀌었다.
“그런 거 아니거든? 나한테 프러포즈하겠다는 사람은 널렸어.”
박지한은 그 말에 나를 품에 와락 끌어안더니 이를 꽉 깨물며 말했다.
“어째 내가 아니라 다른 놈한테 시집가겠다는 소리로 들리는데?”
나는 그의 가슴팍을 밀어내며 뒤로 물러났다.
“나랑 결혼할 것도 아니면서 내가 다른 놈한테 시집을 가든 무슨 상관이래?”
박지한은 다시 나를 끌어안으며 나지막이 속삭였다.
“난 너랑 결혼할 건데? 아주 오래전부터 너밖에 모르는 바보가 됐는데 내가 너 말고 또 누구랑 결혼해?”
박지한은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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