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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화

나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고 목소리가 저절로 높아졌다. “희망이, 할아버지랑 산책 나간 거 아니었나요? 전 한 번도 못 봤는데요?” 박무철의 몸이 순간 휘청거렸다. 그는 다급하게 핸드폰을 꺼내 내게 내밀었다. “이거 봐. 이거 네가 나한테 영상통화 건 거 아니냐? 네가 희망이 데리고 금우빌딩에 간다길래 내가 데려다준 거라고.” 나는 거의 뺏듯이 핸드폰을 낚아챘다. 화면엔 ‘온나연’이라는 이름이 떴고 오늘 오후 1분가량의 영상통화 기록이 분명히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 시각, 나는 쥴리와 마주하고 있었다. 핸드폰을 꺼낼 시간조차 없었는데 내 이름으로 영상통화라니. 통화 기록 옆에 떠 있는 프로필 사진을 눌렀다. 순간, 머릿속이 얼어붙었다. 그 번호는 내 것이 아니었다. 내 사진, 내 친구 목록, 내가 자주 쓰던 말투까지 완벽하게 복제된 가짜 계정이었다. 누군가 박무철의 연락처에 숨어 내 번호인 척 통화를 걸었던 것이다. 이건 명백히 계획된 납치였다. 나는 온몸이 떨렸다. 손끝까지 감각이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박무철도 상황의 심각성을 알아차렸는지 바로 수사팀에 연락을 넣었다. 김금옥은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고 박무철의 눈가에도 금세 눈물이 맺혔다. 나는 곁에 있던 아줌마의 부축을 받아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지금은 무너질 때가 아니었다. 나는 박무철 곁으로 다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할아버지, 희망이 금우빌딩에 데려다주고 바로 돌아오신 거예요?” 그는 잠시 기억을 더듬다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니야. 도착하자마자 어떤 여자를 만났어. 네 비서라고 하더군. 자기가 희망이 데려가겠다고 했지. 희망이도 그 여자를 알고 있는지 ‘선생님’이라고 부르더구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혹시... 오미진이었나요?” 박무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맞아. 바로 그 사람이야.” 나는 그 말에 안도하면서도 불길한 예감에 급히 핸드폰을 꺼냈다. 하지만 곧 절망이 밀려왔다. 송기영이 부임한 이후, 오미진은 회사를 조용히 떠났다. 그 후로 단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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