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8화
바로 그 순간, 나는 박지한의 의도를 눈치채고 쥴리를 바라보았다.
쥴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CCTV 있어요. 지금 바로 보여드릴게요.”
우리는 그녀를 따라 작업실의 다른 방으로 이동했다.
방 한쪽에는 실시간 감시 화면이 재생되고 있는 컴퓨터가 켜져 있었다.
“선배, 어느 날부터 볼까요?”
나는 잠시 생각한 뒤 날짜를 말했다.
내가 본격적으로 디자인 작업을 시작했던 날이었다.
쥴리는 모니터를 조작하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선배, 혹시 우리 안에 배신자가 있는 거 아닐까요?”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짧게 대답했다.
“그럴 수도.”
쥴리의 표정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왜죠? 나 그 사람들한테 진짜 잘해줬는데... 왜 날 배신하는 거예요...”
그녀의 어깨가 축 처진 걸 보고 나는 가만히 등을 두드리며 달랬다.
“아직은 추측일 뿐이야. 외부인일 가능성도 있어. 감정적으로 굴지 말자.”
쥴리는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며 CCTV 조작을 계속했다.
그러다 갑자기 화면이 깜빡이며 멈췄고 그녀가 재빨리 새로고침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화면 전체가 하얀 눈송이로 뒤덮였다.
“뭐야... 왜 이래...”
쥴리는 혼잣말을 하며 마우스를 몇 번이고 클릭했지만 화면은 돌아오지 않았다.
잠시 후, 그녀가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선배... CCTV가 고장 났어요. 그 며칠 간의 영상이 다 사라졌어요...”
예상했던 일이었기에 크게 충격받지는 않았다.
오히려 고개를 푹 숙인 쥴리의 모습이 안쓰러웠다. 꼭 무슨 죄라도 지은 아이처럼 굳어 있었다.
박지한은 내 허리에 조심스럽게 손을 올렸다. 혹시라도 내가 감정적으로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듯했다.
나는 그의 손을 살짝 두드리며 ‘괜찮다’는 신호를 보냈다.
“괜찮아, 쥴리야. 사실 우리도 어느 정도는 예상했어. 도둑놈이 떳떳하게 CCTV에 얼굴을 들이밀 리 없잖아. 처음부터 영상은 삭제할 생각이었겠지.”
쥴리는 그제야 조금 안도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죠?”
나는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NovelRead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