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6화
할머니의 말씀을 들은 나는 미안한 마음에 고개를 떨구었다.
“할머니, 사실 제가 거짓말을 했어요. 원래는 온시연이 박씨 가문에 시집 오는 게 맞았는데 결혼 전날 도망쳤어요. 온씨 집안에서는 박씨 가문과의 협력을 깨고 싶지 않아 제가 대신 온시연인 척 결혼한 거예요.”
나는 말을 마치고 조심스레 상자를 꺼내 할머니 손에 건넸다.
상자 안에는 할머니께서 예전에 주셨던 한 쌍의 팔찌가 고이 담겨 있었다.
나는 자애로운 할머니의 얼굴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죄송해요, 할머니. 이 팔찌는 제가 가질 자격이 없어요. 원래 주인에게 돌려드리는 게 맞는 것 같아요.”
하지만 김금옥은 고개를 단호히 저으며 내 손에 팔찌를 다시 끼워주셨다.
“그 얘기, 우리 이미 오래전에 알고 있었단다. 그런데 너도 참... 그렇게 큰 고생을 하면서 왜 진작 말하지 않았니?”
나는 놀란 얼굴로 바라보다가 옆에 있던 할아버지를 돌아보았다.
그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나도 네 할머니도 오래전에 눈치챘단다.”
“언제 알게 되신 거예요?”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박무철은 다소 뿌듯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내가 지금까지 건너온 다리가 너희가 걸은 길보다 많단다. 너희 몇 명이 뭘 감추려 해도 내 눈을 속일 수는 없지. 네가 처음 박씨 가문에 들어왔을 때부터 넌 온시연이 아니라는 걸 알았어. 그 아이는 항상 눈빛이 예쁘지 않았어. 우리 집에 올 때마다 금은보화만 노리곤 했지. 하지만 너는 달랐어. 올 때마다 아주머니가 만든 과자를 먹거나 네 할머니가 가꾼 꽃을 오래 바라보곤 했으니까.”
나는 부끄러운 듯 찻잔을 꼭 쥐었다가 불쑥 물었다.
“그런데 왜 그땐 아무 말씀도 안 하셨어요?”
박무철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말해서 뭐 하겠니. 지한이는 처음부터 너랑 결혼할 거라고 나한테 말했단다. 내가 그 녀석이 어떻게 약속을 취소하려나 고민했는데 알고 보니 아예 몰래 바꿔치기를 했더구나.”
김금옥도 웃음을 참지 못하며 말했다.
“맞아. 지한이는 고등학생 때부터 꼭 너랑 결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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