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8화
온시연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그 한마디는 연회장 전체를 울리는 듯 명확하게 퍼져나갔다.
나는 속으로 혀를 찼다.
‘도대체 얘 예전 눈치는 어디로 갔어? 이럴 때는 좀 조용히 있어야지...’
한미애는 미세하게 온시연의 소매를 잡아끌며 조용히 말했다.
“시연아, 너 착각한 거야. 내가 준비한 선물, 그게 맞아.”
그러나 온시연은 그녀의 손을 가볍게 뿌리치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그 선물, 제가 직접 같이 가서 받았잖아요. 기억 안 나세요? 아줌마가 금목걸이 만들겠다고 연성 명인 공방까지 갔을 때, 출발 전에 제가 확인까지 해드렸잖아요. 그게 어떻게 갑자기 장난감으로 바뀌어요?”
그 말에 연회장 안은 다시 수군거리시 시작했고 시선이 한군데로 집중되기 시작했다.
온시연은 손뼉을 한 번 치며 단호하게 외쳤다.
“이건 분명 누가 선물을 바꿔치기한 거예요! 이렇게 보안이 철저한 자리에서 이런 일이 생기다니, 믿기지 않네요.”
그 순간, 조예선의 시선이 나를 향해 조심스레 흘러왔다.
절판된 레고를 내가 준비한 걸 아는 그녀였다. 어떻게 그게 한미애의 상자에 들어간 건지, 그녀 역시 혼란스러워하는 얼굴이었다.
조예선이 뭔가를 말하려는 찰나, 온시연이 먼저 목소리를 높였다.
“조예선 씨, 이 정도 상황이면 명백하게 도둑이 들어온 거잖아요? 당장 경찰 부르는 게 맞지 않나요?”
조예선의 눈빛이 서서히 식어갔다.
그녀는 차분히 온시연을 바라보며 말했다.
“한미애 여사님께서 직접 그 선물이 맞다고 하셨어요. 온시연 씨가 왜 더 흥분하시는 거죠?”
온시연은 말문이 막힌 듯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가 곧 날카롭게 말했다.
“설마 조예선 씨, 도둑이 당신 친구라서 감싸려는 거예요?”
그 말에 그녀의 시선이 곧장 나에게 향했고 연회장 안의 시선들도 덩달아 나를 향해 쏠렸다.
그때였다.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던 이모연이 일부러 놀란 듯한 얼굴을 하고 끼어들었다.
“근데 시연아, 도둑이라니... 누구 말하는 거야?”
온시연은 두 팔을 가슴 앞으로 모으고 나를 정면으로 노려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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