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4화
채시아를 윤성빈의 대표실 앞까지 데려다주고 허준은 조용히 자리를 떴다.
문은 완전히 닫혀 있지 않아 채시아는 조심스럽게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갔고 윤성빈은 의자에 앉아 온 신경을 문서에 집중한 채 일하고 있었다.
확실히 이렇게 집중하는 잘생긴 남자를 보면 누구라도 멋있다는 생각이 들 만했다.
‘나도 옛날엔 저 얼굴에 혹해서 이 자식한테 속았던 게 아닐까...’
윤성빈은 그녀가 온 걸 알았지만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말했다.
“이리 와.”
채시아가 다가가며 물었다.
“무슨 일 있으세요?”
“앞으로는 굳이 아래층 사무실에서 일하지 않아도 돼.”
윤성빈은 문서를 내려놓고 채시아를 바라봤다.
“오늘부터 네 자리는 여기야. 이 방에서 같이 일해.”
채시아는 의아했다.
“갑자기 왜요?”
“딱히 이유는 없어. 회사의 결정이야.”
이런 말을 해도 누가 봐도 회사의 결정이 아닌 그의 개인적인 결정임이 뻔했다.
‘어쩔 수 없어. 여기서라면 오히려 더 접근하기 쉬워지니까.’
채시아는 속으로 생각하며 대답했다.
“네. 알겠어요.”
사실 조금 전에 계산해 보니 어젯밤 한 번으로는 임신 가능성이 작을 것 같아 조금 더 기회가 필요했다.
“그럼 컴퓨터랑 짐 좀 옮겨올게요.”
그녀가 방을 나서려는데 이미 누군가가 채시아의 개인 소지품과 컴퓨터와 심지어 책상까지 전부 이 사무실로 옮겨놓고 있었다.
윤성빈은 자리에서 일어나 채시아 책상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궁금한 게 있는데 요즘 회사에서 무슨 일 하면서 그렇게 바빴던 거야?”
예전의 채시아는 철저한 집안 살림꾼이었고 남편 내조 말고는 사회생활이라곤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자 채시아가 고개를 들어 윤성빈을 바라봤다.
“궁금해요? 보여드릴까요?”
채시아는 윤성빈이 여전히 자신을 경계하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고 그렇지 않았다면 어제도 굳이 그렇게까지 참지 않았을 것이다.
채시아의 말에 윤성빈은 확실히 흥미를 보였다.
“그래. 보여줘.”
그의 뜨거운 시선 아래 채시아는 차분히 자기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켜서 최근 진행했던 업무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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