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9화
원태영은 정신을 가다듬고도 얼굴빛이 여전히 흉했다.
“예물은 이미 들였고 또한 이는 아바마마의 뜻이오. 더 논할 것도 없으니 나는 볼일이 있어 먼저 물러가겠소.”
말을 마치자 송연정의 손을 매정하게 뿌리치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발걸음을 돌렸다.
송연정은 대문가에 서서 사방에서 터져 나오는 조롱 속에 얼굴이 굳어졌다.
“저 송연정이란 처자는 제 처지가 어찌 되는지 알지도 못하나 보오. 삼황자가 과연 자신을 맞아들이러 온 줄로 믿었단 말이오? 그저 명양왕과 맞부딪히기 두려워 물러선 것뿐인데.”
“허허, 뭐 그러하겠지. 남녀 간에야 서로 거울로 제 얼굴쯤은 비춰보았을 테니.”
송연정의 얼굴빛이 파랗다 못해 붉게 변하며 마치 염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했다.
심철호는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크게 외쳤다.
“여봐라! 예물을 모두 안으로 들이라!”
지금 그는 그야말로 기분이 상쾌했다.
삼황자가 송연정을 맞아들이든 말든 상관없었다.
송연정이 후작 댁에서 자랐으니 이 예물은 안으로 들어가면 곧 후작 댁 소유다.
만약 송연정이 이것을 되찾고자 한다면 다시 유가촌 그 시골 마을로 돌아가야 할 터.
삼황자가 시골 처녀를 데려간다면 그야말로 웃음거리가 될 것이었다.
그리하여 송연정과 삼황자가 원치 않더라도 이 예물은 심씨 가문에 남게 마련이었다.
심씨 가문은 재물이 모자라지 않았으나 원수의 금은을 쓰는 것만큼 속 시원한 일도 없었다.
심철호는 입가에 미소를 감추지 못하며 곧바로 전강훈에게 인사말을 건넸다.
송연정은 금은보화가 차례차례 후작 댁 창고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눈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달려들어 모두 끌어안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명양왕부에서 가져온 예물을 보자 삼황자란 자가 얼마나 보잘것없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그가 내세운 ‘정실부인의 예’가 명양왕이 심화영에게 보낸 예물의 십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했던 것이다.
사람들은 붉은 비단으로 묶인 함들이 줄줄이 들어가는 광경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세상에, 명양왕 전하께서 심씨 가문 셋째 아가씨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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