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4화
과연 다음 순간 심화영의 얼굴빛이 싸늘하게 변했다.
“하나 가시기 전에 삼황자 전하와 손씨 가문 아가씨께서는 부디 저희 집 문 앞에서 한마디 사과를 하시지요. 저희 집이 어찌 저잣거리라서 아무나 오고 가며 제멋대로 할 수 있는 곳이라 여기십니까?”
원태영의 동공이 가늘게 수축했다. 그녀를 잠시 뚫어지게 보더니 짧게 ‘미안하오’라 말한 후, 발걸음을 재촉해 문밖으로 향했다.
심화영도 뒤따라 나섰고 고윤희와 심여진도 함께 발을 옮겼다.
고윤희가 작게 중얼거렸다.
“참으로 가관이로다. 제 궁둥이나 깨끗이 하지 못하고 어찌하여 우리 후작 댁에 와서 소란을 부리는지, 그 속을 알 길이 없구나.”
심화영이 눈가에 서늘한 웃음을 머금었다.
“그저 떠보러 온 것이지요. 그러나 저 또한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닙니다. 오늘 삼황자가 송연정을 저리 대하였으니, 송연정이 어찌 가만있겠습니까. 그 귀에 누군가 바람만 살짝 불어 넣어도...”
심여진이 번뜩 눈을 빛냈다.
“혹시 세민이를 내보낸 것이...”
심화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저 세민이에게 이곳에서 오간 모든 일과 삼황자가 한 말을 한 자도 빼지 말고 송연정에게 전하게 하였을 뿐입니다. 송연정이 홀로 삼황자를 막지 못하면 자연히 손채윤을 끌어다 방패로 삼을 터이지요.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그리도 시간이 촉박하였으니 하물며 빙심찻집에서 사망 사건이 벌어진 지 고작 한 시진 남짓. 그 짧은 동안 손 상서가 어찌 손채윤과 사전 상의를 했겠습니까. 손채윤은 삼황자가 참으로 저를 맞으러 온 줄만 알고 있겠지요.”
심여진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역시 네 머리 회전은 남다르구나. 내가 그 자리에 있었더라면 분명 어찌할 바를 몰랐을 것이야. 지난번에도 큰 오라버니께서 말씀하시길 네가 사내로 태어났더라면 반드시 공을 세웠을 것이라 하셨지.”
심화영은 지난번 심진성이 자신을 집까지 바래다주며 팔을 걸었던 일을 떠올리자 은근히 민망한 기색이 스쳤다.
아마도 그는 여동생이 이미 세상을 떠났고 그 몸에 사내의 혼이 깃든 듯 여겨 그리도 의형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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