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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화

심화영은 창밖으로 쏟아지는 햇빛을 바라보다가 문득 전생의 자신이 저 아래 북적이는 거리에서 큰 가리개로 얼굴을 가린 채 몰래 연춘루로 향하던 모습을 떠올렸다. 그러던 중에 갑자기 길모퉁이에서 말 한 필이 튀어나와 주위를 놀라게 했고 그녀는 놀라 급히 몸을 피했다. 그 바람에 가리개가 누군가의 손에 의해 휙 벗겨졌다. 정신을 차렸을 때 그녀의 얼굴에는 전날 왕부에서 오십 대의 따귀를 맞아 부어오른 상처가 그대로 드러났고 그 모습은 이내 사람들 사이에서 수군거림과 조롱거리를 낳았다. “저 사람은 심씨 가문의 셋째 아가씨 아냐? 어제 맞아서 얼굴이 엉망이라더니 진짜였네! 정말 부끄러움도 없는 사람은 세상에서 제일 강하다더니 저 꼴로 어떻게 밖에 다니는 거지?” “조금 전에 삼황자가 연춘루에 들어가는 걸 봤어. 저렇게 급히 쫓아가는 것도 또 삼황자 따라가는 거겠지? 달라붙는 게 꼭 거머리 같아서 정말 역겹다니까!” “삼황자가 불쌍하지 저런 뻔뻔한 여자를 만났으니...” 그녀는 벌집처럼 모여든 인파 한가운데서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바로 저기 누각 위에 서 있었고 곁에는 곡의가 서 있었다. 곡의는 희미하게 미소를 띤 채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고 그녀의 눈빛만큼은 또렷이 기억났다. 곡의는 꼭 우스운 광대라도 보는 듯한 표정이었다. 삼황자는 미간을 찌푸린 채 그녀가 제대로 가리개도 못 썼다고 나무라는 듯한 시선을 보냈다. 마치 사람들이 심화영을 조롱하는 것이 결국 자신에게까지 부끄러움이 되는 것처럼 끝내 한마디 해명조차 해주지 않았다. 힘겹게 계단을 오르며 그를 찾아갔을 때 그는 사람들 앞에서 마치 자비를 베풀고 은혜라도 베푸는 것처럼 말했다. “심씨 가문의 셋째 아가씨가 이토록 간절하다면 안으로 들어오시지요.” 그 눈빛에는 마치 자신이 그녀의 체면을 생각해서 배려해 주는 척하지만 동시에 한없는 난감함과 무력함이 섞여 있었다. 원태영의 한마디 때문에 온갖 손가락질과 비난이 그녀에게 쏠렸고 그는 마치 어쩔 수 없이 휘말린 선량한 군자처럼 보였다. 방에 들어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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