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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옥상에서 그는 이미 황노을에게 더는 따라붙지 말라고 경고했었다. ‘혹시 그때부터 이미 모든 상황을 계산해 둔 건가?’ 그가 가격을 올릴 때마다, 그녀는 간격을 계산한 듯 정확히 따라붙었다. 주명철이 가세해 정면 승부가 벌어지자, 그녀는 30억과 40억이라는 거금을 주저 없이 불러올렸다. 하지만 무작정 밀어붙이진 않았다. 응찰할 때마다 도서찬의 반응을 예리하게 살피며, 미세한 떨림조차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물러나야 할 순간이 오자, 과감히 한발 물러섰다. 결국 도서찬은 그녀의 치밀한 움직임 때문에 더 많은 돈을 쓰게 되었고, 끝내 정면 승부에서 체면까지 구겼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가 느낀 것은 혐오가 아니었다. 되레 그녀의 담력과 치밀한 수에 대한 억눌린 감탄이었다. 그녀는 상대의 심리를 꿰뚫어 흔드는 데 있어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노련함을 보여주었다. 낙찰의 주인공은 도서찬이었으나, 그 순간 경매장을 장악한 진정한 승자는 단연 그녀였다. ‘가면 뒤 숨겨진 얼굴은 도대체 누굴까?’ ___ 한편, 2층과 3층 사이 단상 위. 조명이 꺼지자, 주명철의 모습은 어둠 속에 묻혔다. 그는 여전히 자리에 앉아, 멀어져가는 황노을의 뒷모습을 눈에 새기듯 바라보며 낮게 중얼거렸다. “역시 그의 딸이 맞았어. 만약 그가 아직 살아 있었다면...” 그러나 주명철은 그녀가 사라지자, 길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만약은 없었다. 한때 자랑스러워하던 아들이 결국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했듯, 되돌릴 수 있는 길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돌아가자. 좀 피곤하구나.” 그의 목소리는 한순간 힘이 빠진 듯 허공에서 흩어졌다. 여든을 넘긴 지금, 그는 그저 힘없는 노인일 뿐이었다. “네, 회장님.” ___ 2층, 823번 좌석. 황노을은 가만히 앉아 있다가, 서서히 밀려드는 피로에 몸을 기대었다. 사고로 아이를 잃고, 계단에서 굴러 다친 지 얼마 되지 않은지라 몸은 여전히 무거웠다. 주민재는 곁에서 흥분은 감추지 못했다. “노을아, 오늘 정말 대단했어! 할아버지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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