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4화

‘진짜 미쳤나 보네.’ 40억이라는 금액은, 사실 이 자리에 모인 대부분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애초에 이곳에 초대된 인물들은 모두 권력과 부를 겸비한 상류층이었으니까. 그러나 그들 가운데서도, 가면을 쓴 황노을만큼 대담하게 나서는 이는 없었다. 도서찬의 눈빛에 차갑고 날 선 기운이 번졌다. 이건 더 이상 눈치 싸움이 아닌 노골적인 도발이었다. 그녀는 한순간도 물러서지 않았고, 때로는 비웃는 듯한 기색마저 드러냈다. 그 모든 행동은 그의 한계를 시험하는 시도이자, 도경 그룹 최고 권력자의 인내심 자체를 겨누는 도전이었다. 도서찬은 손을 들었다. “888번, 50억이요!” 순간, 장내가 크게 술렁였다. 무려 시작가의 스물다섯 배라는 누구도 감히 상상하지 못한 금액에 도달한 것이다. 아니, 어쩌면 한 사람만은 이미 이 결말을 예감하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888번, 50억입니다. 더 높은 가격 있습니까?” 모든 시선이 다시 823번, 황노을에게 쏠렸다. 도서찬 또한 그녀를 바라봤다. 그 시선은 가면을 넘어, 살과 뼈 아래 감춰진 진짜 내면까지 꿰뚫으려는 듯 매서웠다. 그러나 황노을은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 손을 들어 올렸다. 이번에는 가격을 외치기 위함이 아니었다. 그녀는 손을 왼쪽 가슴 위에 올리고, 고개를 깊이 숙였다. “도 대표님이 이겼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맑고 차분한 목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졌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끝까지 맞서 싸울 거라 믿었던 그녀가, 정작 미련 없이 물러나자 모두가 흠칫했다. 게다가 그녀의 태도는 지나치게 여유로웠다. 마치 모든 흐름이 이미 자신의 손바닥 안에 있는 듯했다. 쏟아지는 조명 아래, 은빛 드레스가 반짝이며 그녀의 실루엣을 또렷하게 드러냈다. 그 모습은 패배자가 아닌, 오히려 무대를 압도하는 주인공 같았다. ‘저 여자가 정말 진 것일까?’ 경매장은 순식간에 의견이 갈렸다. 경매를 잘 모르는 이들은 황노을이 패했다고 여겼다. 그러나 안목 있는 이들의 눈에는 이건 패배가 아닌 승리였다. 그녀는 단 한 번의 응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