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지금의 조민서는 도무지 제정신처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얼굴은 초췌했고 눈빛은 흐릿했으며 심지어 옷도 제대로 갈아입지 못한 채였다. 마치 뭔가 엄청난 일을 겪은 사람처럼 보였다.
내가 시선을 피하는 걸 본 조민서는 갑자기 내 쪽으로 달려와 가방을 낚아채려 들었다.
나는 배 속의 아이가 걱정되어 세게 밀어내지 못했고 그녀는 결국 내 가방 안을 뒤져 검사 결과지를 꺼냈다.
그걸 본 순간 조민서의 표정이 완전히 일그러졌다. 눈빛은 광기에 휩싸여 있었다.
“너 임신했어? 왜 넌 아이까지 가졌는데 난 다 잃어야 해?! 진짜 웃기지 않아? 난 윤성 오빠랑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야! 오빠는 나랑 결혼했어야 한다고! 근데 네가 뭔데 갑자기 튀어나온 주제에 그 자리를 차지하고 애까지 가져? 왜! 대체 왜!”
나는 한 걸음 물러섰다.
“무슨 일 있으면 박윤성한테 직접 말해. 나랑은 아무 상관 없어.”
더 이상 그녀와 언성을 높일 필요도 감정 낭비할 이유도 없었다.
이 일은 박윤성이 나서서 해결해야 마땅했다. 예전의 나는 참 바보 같았다. 그의 옆에 여자가 나만 있으면 그가 절대 변하지 않을 거라고 믿었으니까.
하지만 박윤성 같은 남자에게 마음을 바꾸는 일쯤은 너무나도 쉬웠다.
이젠 다른 여자에게 경계심을 가질 필요도 일일이 경고할 이유도 없었다. 그런 건 애초에 에너지 낭비였다.
“너 지금 나 비웃는 거야?”
조민서가 갑자기 미친 듯이 웃어댔다. 그러고는 한 걸음 다가오며 나를 노려봤다.
“너도 알지? 지금 윤성 오빠가 우리 집안이랑 완전히 손절한 거. 그 일 때문에 내가 사람들한테 얼마나 망신당했는지 알아? 지금 넌 그걸 비웃는 거잖아!”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 한발 물러섰고 돌아서려는 순간 조민서가 다시 내 앞을 가로막았다.
“그 일도 다 네가 말한 거잖아!”
“무슨 소리야?”
나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내가 일부러 너 괴롭혔다고. 내가 이간질했다고! 수영장에서도 내가 너 밀었다고. 그 얘기 네가 다 오빠한테 일러바친 거잖아!”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