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우미들의 말을 듣고 나서야 나는 침대맡에 둔 서랍에 진짜 핑크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는 걸 발견했다. 반지를 들어봐도 다이아몬드에 대해 아는 게 없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예쁜 건 분명했다.
손에 껴보니 사이즈가 마치 나를 위해 설계한 것처럼 꼭 맞았다. 얼마 감상하지 못했는데 집사가 내 상황을 살피러 들어왔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따라나섰다.
고인우가 문자를 보내와 차를 문 앞에 대기시켰다고 했다. 집사는 내가 박윤성이 준비한 밴에 탈 거라고 생각했는데 바로 옆에 놓인 하얀 캠핑카에 올라타자 멈칫하더니 얼른 쪼르르 달려왔다.
“아가씨,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나는 그런 집사를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
“생일 파티 가잖아요. 박윤성이 가자고 해서 가는 건데요?”
집사는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하지만... 대표님 기다려야 하는 거 아닌가요?”
“내가 왜요?”
차에 올라탄 나는 운전기사에게 출발하라고 했다. 집사가 얼른 달려오긴 했지만 나를 잡아서 끌어내릴 수는 없는 일이라 그저 눈이 휘둥그레서 나를 태운 차가 떠나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백미러로 경악을 금치 못하며 아무 말도 못 하는 그림자가 점점 작아지는 게 보엮다.
차는 얼마 지나지 않아 조씨 저택에 도착했다. 조씨 가문도 예전에는 명문가였기에 저택도 매우 으리으리했다. 비록 지금은 몰락해 박윤성의 도움으로 근근이 버티고 있지만 이 관계만 계속 유지된다면 해성시에서 얼마든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뿐더러 다른 명문가와 비겨도 전혀 손색이 없을 것이다.
나는 하얀 드레스를 입고 혼자 차에서 내렸다. 문 앞에는 이미 수많은 슈퍼카들이 보였고 내린 이들은 전부 이 바닥에서 얼굴을 알린 사람들이었다.
소은하가 전에 내게 박씨 가문의 대외 관계에 관해 설명해 준 적이 있는데 대부분이 경제 잡지에서만 보던 성공 인사였고 그들이 지금 조민서의 생일을 축하해 주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나는 마음속으로 차갑게 웃었다. 조민서를 얼마나 신경 쓰면 고작 생일 파티에 이런 거물들까지 부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