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40화
그때 화면 속의 유태진이 카메라를 바라봤다.
마치 렌즈 너머에 있는 그 소녀, 박은영을 바라보는 듯한 눈빛이었다.
그는 언제나 완벽한 남자였다.
그러나 그 짧은 순간, 그의 표정에는 허무와 짙은 사랑의 흔적이 겹겹이 스며 있었다.
그 눈빛 하나만으로도 보는 이의 가슴이 서늘하게 죄어왔다.
식장의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고 모두가 그 감정에 이끌려 그의 마음속으로 천천히 빨려 들어가는 듯했다.
이효정은 자신의 아들이 어려서부터 차분하고 단단한 성격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마음이 이렇게 한 사람으로 깊게 물들어 있었을 줄은 몰랐다.
세상 누구보다 강하고 냉정한 남자가 박은영 앞에서는 오히려 가장 여린 사람이 되어 있었다.
순간, 그녀의 눈가가 뜨겁게 젖었다.
하객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세상 모두가 두려워하던 로열 그룹의 대표, 유태진에게 이토록 순정 어린 짝사랑의 기록이 숨어 있을 줄을.
영상은 계속 이어졌다.
시간이 흘러도 배경이 바뀌어도 그의 습관은 변하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그녀의 모든 순간을 기록하고 있었다.
“네 연구가 드디어 방향을 잡았더라. 난 알고 있었지. 너는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가장 빛나는 사람이라는 걸.”
“나는 쉽게 포기하는 사람이 아니야. 그런데 이상하게, 너 앞에 서면 손발이 묶여. 다른 누구에게든 단호한데 너한텐 그게 안 돼.”
“오늘은 특별한 날이야. 우리 사이가 조금 더 가까워졌거든. 이렇게 기쁠 수가 없는데, 이상하게 넌 조금 불편해 보이더라. 그게 또 마음에 걸렸어. 그래도 이번엔 그냥 마음이 이끄는 대로 해볼래.”
“두 가문에서 결혼 날짜를 정했대. 하지만 요즘 시국이 불안하잖아. 그때 결혼식을 올리면 분명 네 이름이 입에 오르내릴 거야. 나는, 그 어떤 더러운 말도 네 이름 옆에 붙게 하고 싶지 않아.”
“혼인신고 일까지 이제 사흘 남았는데 사흘째 설레서 거의 잠을 못 자고 있어. 너한테 말하면 분명 비웃을 것 같아서 그냥 참았어. 그래도... 다음에 기회가 되면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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