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84화
박은영이 고개를 들자, 유태진은 문을 닫고 천천히 다가왔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그녀의 손에서 가방을 빼앗았다.
박은영이 붙잡으려 손을 내밀었지만, 그의 동작이 더 빨라 결국 놓쳐버렸다.
“태진 씨,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유태진은 대답 대신 가방을 옆으로 밀어두었다.
그러고는 그녀의 손목을 단단히 잡았다.
“침실로 가자.”
박은영은 순간 무언가를 떠올리며 시선을 들었다.
“당신... 설마.”
짧은 침묵이 흘렀다. 그녀는 이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저 지금 짐 싸야 해요. 이상한 생각 하지 말아요.”
유태진의 눈가에 옅은 웃음이 번졌다.
“이상한 생각? 부부 사이에 그러는 거 정상 아니야?”
박은영은 한발 물러섰다.
“당신 아직 완쾌 안 됐잖아요. 의사 말 기억 안 나요? 절대 무리하지 말라잖아요. 게다가 회복 중엔 그런 격한 운동은 특히 금지라고요!”
그녀의 진지한 표정과는 달리, 유태진의 눈빛에는 여유 섞인 미소가 깃들었다.
“난 그저 짐 싸는 거 도와주려던 건데, 그게 격한 운동이야?”
박은영은 말문이 막혔다.
“그, 그게 아니라...”
유태진이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아, 이제 알겠네. 네 머릿속엔 지금 엉뚱한 생각만 가득하구나.”
“태진 씨!”
박은영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개졌다.
그는 천연덕스럽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괜찮아. 의사 말 대로 오늘은 얌전히 있을게. 대신... 다음엔 각오해야 할지도 몰라.”
박은영의 귀 끝이 활활 달아올랐다.
“그만 좀 해요.”
그녀는 그를 밀치며 지나가려 했지만, 유태진이 다시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은영아, 공항 가기 전에 굳이 아파트까지 안 가도 돼. 네 물건, 여기 다 있어.”
유태진은 그녀의 손을 이끌며 침실로 걸어갔다.
박은영은 그를 노려보았지만, 결국 손을 뿌리치지 못했다.
...
침실 안에는 넓은 드레스룸이 딸려 있었다.
박은영은 신혼집을 나올 때, 꼭 필요한 물건 몇 가지만 챙기고 대부분은 그대로 두고 갔다.
그녀는 그동안 유태진이 다 정리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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