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29화
유태진은 박은영의 차가운 태도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담담하게 받아넘기기까지 했다.
“티 나? 대신 우산이라도 들어 줄까?”
박은영이 순간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무슨 뜻이에요?”
유태진이 여유롭게 그녀와 시선을 마주했다.
“궁금해서 그래. 네가 어떤 말에 반응하는지 보고 싶거든.”
그는 말싸움에서 지는 법이 없었다.
박은영은 대꾸조차 하지 않고 단칼에 대화를 끊어냈다.
어차피 싸워봤자 서로 물러나지도 않을 테니까.
유태진 또한 그를 알고 있었다.
박은영과 배서훈 사이에 아무 일도 없다는 것 또한.
배서훈이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것처럼 보여도 둔감한 박은영은 늘 철저히 벽을 쳤다.
상대가 아무리 애써도 쉽게 마음을 내어주지 않았다.
차가 단숨에 단지 앞에 멈춰 섰다.
박은영은 유태진이 차를 멈추기도 전에 먼저 차 문을 열고 내렸다.
몇 걸음 앞으로 나아가던 그녀가 문득 차에 배서훈이 건넨 우산을 두고 내렸다는 걸 깨닫고 다시 차 쪽으로 돌아섰다.
마침 뒤따라오던 유태진이 태연하게 물었다.
“뭐 두고 갔어?”
“… 양산.”
“그거? 필요 없는 줄 알고 버렸는데.”
박은영이 낯을 굳히며 남자를 노려보았다.
유태진은 태연히 웃으며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얼만데? 보상해 주면 되잖아?”
박은영은 대답하지 않고 등을 돌렸다.
쓸데없는 언쟁에 힘을 쏟을 이유가 없었다.
집으로 돌아온 그녀가 바로 문을 닫아 버렸다.
더는 뒤따라오는 그의 기척을 신경 쓰지 않았다.
박은영은 오늘 밤 심성으로 떠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하수혁이 당일 항성시에서 합류할 예정이었기에 이번 Vela 대형 여객기 입찰 건은 반드시 성공적으로 마쳐야 했다.
비전 그룹의 향후 2년을 좌우할 중대한 전환점이 될 수 있었다.
짐을 꾸리고 나오니 벌써 저녁 8시였다.
문을 연 박은영이 마주한 건 동시에 문을 열고 나온 유태진이었다.
그 역시 여행 가방을 손에 들고 있었다.
“공항으로 가는 거지? 같이 갈까? 나도 심성으로 가야 해.”
박은영이 문을 잠그며 차갑게 받아쳤다.
“유 대표님 차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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