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7화
한유설은 회사의 담당자와 나눈 메시지 기록을 재빨리 지워버렸다.
그 순간, 등 뒤에서 심해원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랑 문자하고 있었어요?”
한유설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문자 안 했는데요? 그냥 뉴스 좀 봤을 뿐이에요.”
심해원은 소파에서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으며 말했다.
“내일 일정이 있어서 밤엔 못 들어와요. 그러니까 모레, 저희 여행 가요.”
그 말에 한유설은 놀란 듯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같이 살기 시작한 이후로 그가 밤에 집을 비우는 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요.”
한유설은 심해원이 어디를 가는지, 무슨 일을 하러 가는지 묻지 않았다.
그러자 심해원은 그녀의 목덜미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는 먼저 자신의 일정을 설명했다.
“내일은 낮에 행사 하나 있고 저녁엔 할아버지 생신이라 본가에 가서 하룻밤 묵어야 해요.”
‘아, 그렇구나.’
한유설은 문득 자신이 심해원의 여자 친구로서 심영섭의 생일에 선물을 준비해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그와의 관계가 드러나지 않았다면 몰라도 이제 둘의 열애 사진이 세상에 공개되었고 실시간 검색어까지 올랐다.
그러니 심해원의 가족들도 분명 그 사진을 봤을 것이다.
한유설은 조심스레 심해원의 팔을 떼며 망설이다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
그런 그녀의 눈빛에 심해원은 마음이 녹을 듯 부드럽게 웃더니 다시 한유설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
심해원이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묻자 한유설은 멈칫하다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내일 해원 씨 할아버지 생신이잖아요. 제가 선물을 준비하는 게 맞지 않을까 해서요. 저희 열애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고...”
심해원은 그녀의 말에 옅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네. 할아버지 차 좋아하시거든요. 제가 직접 할아버지께서 좋아하시는 종류로 골라서 드릴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한유설은 그래도 괜찮은 건지 고민됐다.
선물은 직접 준비해야 진심이 담기는 법인데 그녀가 가진 돈은 많지 않았고 진심 있는 선물이라는 게 항상 어려운 일이다.
“좋아요. 그렇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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