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8화
백민준은 나가려 했지만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망설이다가 다시 돌아섰다. 그리고 나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전에 일... 미안했어요, 형수님.”
예전엔 늘 나를 ‘송지연 씨’라고 불렀던 사람이다. 그런데 지금은 ‘형수님’이라고 불렀다.
백민준의 얼굴에는 진심 어린 미안함이 서려 있었다.
“솔직히 예전엔 당신이 윤성이한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건 둘만의 문제고 윤성이가 좋아한다면 내가 끼어들 일이 아니었는데... 너무 몰아세웠던 것 같아요.”
“이미 지난 일이에요.”
나는 무표정하게 답했다. 그의 사과가 전혀 와닿지 않았다. 애초에 나는 그를 친구라 생각한 적도 없으니 내겐 그저 이름만 아는 타인일 뿐이었다.
내 반응이 시큰둥해 보이자 백민준은 더는 말하지 않고 몇 마디 형식적인 말을 남긴 후 병실을 나갔다.
나는 병상 옆에 앉아 박윤성이 눈을 뜨기만을 기다렸다.
밤이 깊어질수록 피곤함이 밀려왔다. 박윤성의 손을 꼭 쥐고 있다가 어느새 고개를 떨군 채 잠이 들고 말았다.
병실 안은 서늘했고 한기가 올라왔다. 이불을 덮으려 일어나려던 찰나 갑자기 어깨 위로 따뜻한 무언가가 내려앉았다.
깜짝 놀라 눈을 뜨니, 눈앞에는 박윤성이 이불을 내게 덮어주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깼어?”
나는 숨이 멎을 정도로 기뻤고 그의 손을 꽉 잡은 채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곧바로 의사를 부르려 했다.
의사를 기다리는 동안 박윤성은 나를 조심스럽게 끌어안았다. 그는 내 귀에 대고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애한테 딴 사람을 아빠라고 부르게 하지 마...”
그 말을 들은 나는 어이없기도 하고 웃기기도 해서 그를 밀어내며 말했다.
“정신부터 제대로 차린 다음에 그런 소리를 하시죠, 박윤성 씨.”
그렇게 박윤성이 드디어 깨어났다. 박씨 집안은 물론 기뻐했고 동시에 조씨 집안도 안도했다.
그도 그럴 게 박윤성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겼다면 조민서를 죽여서라도 책임을 지워야 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말이 그렇다는 거지만 위세는 사라진 지 오래인 조씨 집안에게 박씨 가문과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NovelRead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