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4화
나는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지금의 조민서는 도무지 제정신처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얼굴은 초췌했고 눈빛은 흐릿했으며 심지어 옷도 제대로 갈아입지 못한 채였다. 마치 뭔가 엄청난 일을 겪은 사람처럼 보였다.
내가 시선을 피하는 걸 본 조민서는 갑자기 내 쪽으로 달려와 가방을 낚아채려 들었다.
나는 배 속의 아이가 걱정되어 세게 밀어내지 못했고 그녀는 결국 내 가방 안을 뒤져 검사 결과지를 꺼냈다.
그걸 본 순간 조민서의 표정이 완전히 일그러졌다. 눈빛은 광기에 휩싸여 있었다.
“너 임신했어? 왜 넌 아이까지 가졌는데 난 다 잃어야 해?! 진짜 웃기지 않아? 난 윤성 오빠랑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야! 오빠는 나랑 결혼했어야 한다고! 근데 네가 뭔데 갑자기 튀어나온 주제에 그 자리를 차지하고 애까지 가져? 왜! 대체 왜!”
나는 한 걸음 물러섰다.
“무슨 일 있으면 박윤성한테 직접 말해. 나랑은 아무 상관 없어.”
더 이상 그녀와 언성을 높일 필요도 감정 낭비할 이유도 없었다.
이 일은 박윤성이 나서서 해결해야 마땅했다. 예전의 나는 참 바보 같았다. 그의 옆에 여자가 나만 있으면 그가 절대 변하지 않을 거라고 믿었으니까.
하지만 박윤성 같은 남자에게 마음을 바꾸는 일쯤은 너무나도 쉬웠다.
이젠 다른 여자에게 경계심을 가질 필요도 일일이 경고할 이유도 없었다. 그런 건 애초에 에너지 낭비였다.
“너 지금 나 비웃는 거야?”
조민서가 갑자기 미친 듯이 웃어댔다. 그러고는 한 걸음 다가오며 나를 노려봤다.
“너도 알지? 지금 윤성 오빠가 우리 집안이랑 완전히 손절한 거. 그 일 때문에 내가 사람들한테 얼마나 망신당했는지 알아? 지금 넌 그걸 비웃는 거잖아!”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 한발 물러섰고 돌아서려는 순간 조민서가 다시 내 앞을 가로막았다.
“그 일도 다 네가 말한 거잖아!”
“무슨 소리야?”
나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내가 일부러 너 괴롭혔다고. 내가 이간질했다고! 수영장에서도 내가 너 밀었다고. 그 얘기 네가 다 오빠한테 일러바친 거잖아!”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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