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2화
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박윤성이 끊어버렸다.
“내 잘못이야.”
나는 박윤성을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
“내가 처음 깨어났을 때도 이 사람이 똑같이 경고했어. 네 주변 사람들은 하나같이 날 향해 분수에 맞게 행동하라고 했지.”
나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한결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박윤성, 넌 아직도 우리가 이혼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
...
그날 병원에서 나온 후, 박윤성은 한동안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그에게 할 말을 다 했고 이제는 그도 천천히 정리해 가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조만간 나한테 이혼 서류를 들이밀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었다.
내 일상은 조금씩 안정을 되찾았고 일도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단 하나 머리를 아프게 하는 일이 있었다. 기억을 되찾은 걸 알게 된 고인우가 자꾸 나를 찾기 시작했다.
“진짜 기억 잃었던 거였구나. 나 사실 좀 의심했는데.”
늘 그렇듯 그는 건들건들 웃으며 말했다.
“너 이혼하면 나도 한번 생각해 보지 그래?”
“아직 이혼 안 했거든.”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이혼 서류에 도장도 안 찍은 상태고 지금 네가 이러는 건 불륜이랑 다름없어. 선 좀 지켜줄래?”
그 말을 한 이유는 박윤성에게 미련이 남아서가 아니었다. 그저 감정이 채 정리되기도 전에 또 다른 사람과 얽히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다.
게다가 고인우는 엄밀히 말하면 내 마음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입한 인물이었고 나는 그가 내 생명을 구해준 일에 대해선 고마움을 느끼고 있지만 그 이상은 없었다.
“너한테 고마운 마음은 있지만 다른 감정은 없어.”
“그렇게까지 딱 잘라 말할 필요가 있어?”
고인우는 일부러 상처받은 듯한 얼굴을 했다가 이내 웃으며 털어냈다.
“나도 그냥 한 번 질러본 거야. 송지연, 난 진작에 너 정리했어. 그냥 네가 힘들어 보이니까 괜히 열받아서 그런 거지.”
“그 마음은 이해해.”
나는 그를 안아주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갑자기 속이 울렁거렸다. 입안까지 치밀어 오르는 구토감을 참지 못해 나는 급히 고개를 돌리고 한쪽 구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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