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8화
그토록 냉정하고 감정 기복 없는 박윤성이 저렇게까지 감정적으로 무너진 모습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두 사람이 그 자리에서 치고받는 동안 나는 말릴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말려봤자 뭐 하나. 유치한 인간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그 자리를 떠나 회사로 돌아갔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박윤성이 나보다 먼저 회사 앞으로 와 있었다.
회사 건물 앞, 그가 문가에 기대선 채로 나를 보고 있었다.
입가엔 멍 자국이 살짝 올라와 있었고 나를 보자 눈빛이 밝아졌다.
“퇴근할 때 다시 데리러 올게.”
내가 그의 멍든 얼굴을 바라보자 박윤성은 내 눈을 피하듯 고개를 살짝 떨구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난 별로 안 다쳤어. 인우가 좀 더 심각하지.”
나는 코웃음을 쳤다.
“걱정한 적 없거든? 착각하지 마.”
박윤성의 눈매가 잠시 무거워졌다. 그래도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퇴근할 때 올게.”
그 말에 나는 점점 짜증이 치밀었다.
“아니, 이혼하겠다고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 알아들을 생각은 있는 거야?”
박윤성의 표정이 순간 상처받은 듯 굳어지더니,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연아, 지금은 네가 기억을 잃어서 그래. 감정도 함께 잊은 거야. 기억만 돌아오면...”
나는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왜 기억을 찾아야 하는데? 네가 조민서랑 아무 일 없었다는 걸 증명하려고? 하지만 지난날 내가 상처받은 건 사실이고 내 결정도 바뀌지 않아. 내가 이혼하겠다는 건 단순히 뭔가를 잊어서가 아니라 이제 더는 너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야. 혹시라도 내가 기억을 되찾기만 하면 예전처럼 네 손짓 하나에 다 용서하고 돌아갈 거라 생각했다면 그건 정말 착각이야.”
박윤성의 입술이 바싹 말라 있었고 그의 목소리는 거칠게 갈라졌다.
“그렇게 생각한 적 없어...”
그 말에 왠지 모르게 허탈해졌다. 나는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박윤성, 나 처음 눈 떴을 때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어. 너무 무섭고 공허했어. 그런 상황에서 남편이란 이름으로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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