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3화
나는 코웃음을 쳤다.
“박윤성, 너 이제 다 큰 어른이잖아.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애도 아니고 조민서가 너한테 어떤 감정을 가졌는지 나보다 네가 더 잘 알 거 아니야.”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너뿐이야.”
박윤성은 다소 격해진 말투로 말했다.
나는 그 말에 순간 멍해졌다. 그 역시 말을 내뱉고 당황한 듯, 한 박자 늦게 시선을 돌렸다.
“걔한텐 아무 감정도 없어. 그냥 윗세대에서 맺어진 인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돌본 것뿐이야. 너도 알잖아. 할아버지가 조민서한테 얼마나 특별한 태도를 보였는지.”
“그렇다 해도 어차피 너랑 난 축복받을 수 없는 관계잖아.”
나는 한참 뜸을 들인 끝에 조용히 입을 열었다. 더 이상 이 문제로 언쟁하고 싶지 않았다.
“네가 나한테 했던 일들, 수많은 상처들은 예전의 내가 사랑에 눈이 멀어 너만 바라봤기 때문에 견딜 수 있었던 거지, 아니었으면 진작 떠났을 거야. 어쩌면 내가 기억을 잃은 것도 자신을 지키기 위한 본능이었는지도 몰라. 너랑 계속 있으면서도 도망치지 못하니까, 결국 기억을 잃어버림으로써 열여덟 살의 내가 대신 결정을 내린 거겠지. 널 떠나자고.”
“말도 안 돼.”
박윤성은 단호하게 내 말을 끊었다.
“넌 날 정말 많이 사랑했어. 그런 너라면 절대 날 떠나려고 하지 않을 거야.”
그는 내 눈가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넌 그냥 잊은 거야. 네 마음을, 나에 대한 감정을. 그걸 다시 떠올리게 되면 더는 이혼 같은 말 안 할 거야.”
박윤성은 무언가 단단히 믿고 있는 얼굴이었다. 그런 확신이 오히려 답답했다. 나는 그를 밀어내고는 정면에서 쏘아보며 말했다.
“우리 둘이 동시에 물에 빠졌을 때, 넌 그 여자한테 먼저 갔잖아. 나한테는 눈길도 안 주고. 그랬던 사람이 지금 와서 사랑한다고? 본인 말이 앞뒤가 안 맞는 거 안 보여?”
박윤성은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조민서를 구하러 갔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면, 그건 언제나 너야. 너는 선택지가 아니었어. 언제나 내 유일한 결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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