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6화
나는 모든 걸 알아챘다. 박영훈의 병은 생각했던 것만큼 심각하지 않았지만 조민서를 옆에 두고 보살핌을 받으려고 일부러 심하게 아픈 척한 것이다.
박영훈은 늘 그렇듯 조민서만 편애했다. 게다가 조민서의 할아버지는 박영훈과 전우였기에 두 사람이 짜고 이런 일을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다만 나는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진작 알고 있었으면서 왜 갑자기 터진 거야?”
박윤성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미간을 찌푸리더니 한참 지나서야 덤덤하게 말했다.
“지금 알았어.”
거부감을 드러내는 걸 봐서는 아마도 그가 오랫동안 속았다는 걸 내게 알리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 하긴 박윤성은 원래도 자기주장이 세고 고집스러운 사람인데 어릴 적부터 고생 한번 해본 적이 없으니 누군가에게 놀아났다는 걸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게다가 그 누군가가 제일 많이 믿었던 할아버지라면 더더욱 말이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을 꼭 감은 채 잠을 청했다. 다시 깨어났을 땐 익숙한 안방에 누운 상태였다.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박윤성에게 물었다.
“여기 단궁이야?”
낮에 입고 있던 슈트와 셔츠를 옆에 벗어둔 박윤성이 이불을 걷고 침대에 눕자 나는 화들짝 놀라며 옆으로 도망갔다.
“뭐 하는 거야?”
나는 손으로 가슴을 가리며 그를 경계했지만 그는 오히려 덤덤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난 오늘 별로 생각 없는데?”
나는 그런 박윤성을 째려봤다.
‘저게 무슨 말투래? 설마 내가 나무랄까 봐 그러는 거야?;
“그러기를 바랄게.”
박윤성이 내 뒤에 눕더니 나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 나는 몸부림치려다 목적을 떠올리고는 한숨을 푹 내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뒤에서 내 머리를 한참 쓰다듬다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앞으로 더는 냉전하지 말자.”
나는 잠에 든 척 그 말을 무시하고는 몸을 돌렸다. 그는 입꼬리를 올리더니 내 이마에 뽀뽀했지만 내 마음은 차갑기만 했다.
‘박윤성, 이미 모든 게 늦어버린걸.’
나는 고인우에게 충분한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요 며칠 박윤성이 원하는 얌전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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