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9화
나는 그런 박윤성을 노려보며 이렇게 말했다.
“뭐 하는 거야?”
“자야지.”
박윤성이 눈을 감고 손으로 내 눈을 가렸다.
“피곤하다며? 자자.”
“나는 혼자 자고 싶지 같이 자고 싶은 게 아니야.”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일어나려는데 박윤성이 갑자기 눈을 번쩍 뜨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왜? 날 새게?”
혼자 쓰기도 작은 침대를 박윤성과 함께 쓰자니 더 비좁았고 조금만 움직여도 삐걱삐걱 소리가 났다. 나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이렇게 말했다.
“박윤성, 움직이지 마. 움직이면 소리 나.”
“그래?”
박윤성이 덤덤한 말투로 내 귓가에 속삭이더니 뱀처럼 나를 휘감고는 이렇게 말했다.
“너만 하겠어?”
순간 눈이 휘둥그레진 나는 박윤성을 노려봤다.
“도대체 무슨 헛소리야?”
“나는 네가 암시하는 줄 알았지.”
박윤성의 말투는 덤덤했지만 손은 얌전하지 않았다. 나는 얼른 내 허리를 이리저리 휘젓는 손을 낚아채며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이게 네가 일을 해결하는 방법이야?”
나는 무척 당황했지만 억지로 차분한 척했다.
“박윤성, 내가 이사 나온 건 너랑 같이 살기 싫어서도 있고 이 원인도 있어. 아무 감정도 없는데 왜 자꾸 이러는 거야?”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사이가 틀어질 대로 틀어졌는데 왜 이런 면에서는 잉꼬부부인 척하는지 말이다.
박윤성이 내몸을 돌리자 나는 그대로 품에 안기고 말았다. 침대가 작은 탓에 우리 사이는 조금도 틈이 없었다. 나를 내려다보는 그의 눈빛은 밤하늘을 가득 담은 것처럼 썰렁했다.
“쌀쌀맞게 군지도 꽤 됐는데 이제 들어줄 때도 되지 않았어?”
박윤성이 이런 말투로 말한 적은 처음이었다. 차갑고 냉랭하고 진지하긴 해도 절대 지금처럼 비굴하게 사랑을 구걸하지는 않았다.
잠깐 넋을 잃었다가 정신을 차린 나는 엄숙한 표정으로 그를 밀어냈다.
“박윤성, 우리 이혼 얘기까지 나온 사이야. 엄격히 말하면 별거 상태고. 그런데 내가 왜 부부의 의무를 이행하야 하는데?”
박윤성이 콧방귀를 뀌더니 내 턱을 잡고 눈동자를 뚫어져라 쳐다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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