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4화
나는 박윤성의 비서긴 했지만 그 목적이 다 그에게 찰싹 붙어있기 위해서라는 걸 다들 알고 있었다. 하여 그가 매몰차게 거절할 때면 조민서 무리에게 놀림을 당하곤 했다. 놀림을 당하면 당할수록 분이 차오른 나는 어떻게든 박윤성에게 내가 특별한 존재라는 걸 증명하고 싶었지만 박윤성은 업무가 바쁘기도 했고 내가 이러는 게 못마땅해 나를 대하는 태도가 점점 나빠졌고 그렇게 우리는 이상한 굴레에 빠지고 말았다.
눈을 질끈 감은 나는 솟구쳐 올라오는 이상한 감정을 꾹 눌렀다. 예전 기억이 전혀 없음에도 그때의 괴로움이 다시 느껴지는 것만 같아 가슴을 움켜쥐었다.
‘안돼. 기억나면 안 돼.’
나는 모든 걸 잊고 새로 시작한 지금의 내가 좋았고 예전의 나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
내가 너무 기세등등하게 걸어갔는지 데스크 직원이 나를 막아섰지만 딱딱하게 굳은 내 표정을 보고 하려던 말을 도로 삼킨 채 바로 박윤성의 사무실로 나를 안내했다.
회의 중이 아니어서 그런지 나는 바로 사무실로 향할 수 있었고 그대로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조민서가 안에 앉아 있었다.
“누구예요? 노크 몰라요?”
안으로 들어가자 자리에서 일어나 화를 내려던 조민서가 나를 발견하고는 표정이 어두워졌다.
“송지연 씨? 여긴 어쩐 일이에요?”
나는 조민서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옆으로 밀쳐내고는 성큼성큼 박윤성에게로 다가갔다.
“박윤성.”
그는 느긋하게 컴퓨터 앞에 앉아 예쁜 손으로 테이블을 톡톡 건드렸다. 빨간 원목 테이블은 세련되면서도 차분했지만 내 분노를 삭일 수는 없었다. 나는 테이블에 손을 올려놓은 채 그를 똑바로 쳐다봤다.
“비긴 옆에 공간 네가 사들인 거야?”
“그래.”
박윤성이 통쾌하게 승인했다.
“만현이라는 두 글자 봤을 거 아니야.”
“그러니까 왜?”
나는 이를 악물고 이렇게 말했다.
“너 일부러 그런 거지? 내가 도대체 뭘 잘못했다고 이러는 거야?”
박윤성이 덤덤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 너한테 아무 짓도 한 거 없어. 그저 프로젝트 추진하려고 땅을 사고 직원들을 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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