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3화
그가 계속 여기 남아 있었다면 어쩌면 내 목을 졸라 죽이려고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고개를 힘껏 저으며 애써 그를 머릿속에서 지우려 했지만 떠날 때 보였던 그 쓸쓸한 뒷모습이 자꾸만 생각났다.
‘내가 잘못 본 거겠지? 박윤성 같은 사람이 그렇게 쉽게 감정을 드러낼 리가 있겠어?’
나는 그런 생각을 한 자신이 너무 우스워 웃음이 나왔다.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망상도 이런 망상을. 그저 내가 고인우랑 가깝게 지내니까 약이 올랐을 뿐이야. 이렇게 생각하다 또 상처받을 게 뻔해.’
박윤성은 그렇게 떠나고 시간이 한참 지났지만 더는 나를 찾아오지 않았다. 전에도 나를 귀찮게 한 적은 없지만 적어도 때때로 회사 아래 서서 나를 지켜보곤 했다. 아니면 조민서가 하루가 멀다 하게 찾아와 시비를 걸면 그 말속에서 박윤성의 근황을 들을 수 있었지만 이번엔 마치 증발하기라도 한 듯 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그는 이혼할지 말지 말하지 않았고 우리는 이상한 냉전에 들어갔다. 그날 고인우가 내게 특별한 존재라고 말한 것에 화난 것 같았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나도 한때는 내가 박윤성에게 특별하다고 생각했지만 조민서가 모든 걸 망가트리고 말았다. 지금은 그저 내가 당했던 걸 돌려주고 있을 뿐이다.
고작 몇 번 문전박대를 당했을 뿐이라 박윤성은 아무 느낌도 받지 못했을 뿐이다. 기억을 잃기 전 나는 그를 한마음 한뜻으로 사랑했지만 그는 냉랭하기만 했기에 이제 와서 내가 그에게 반감을 느낀다고 해도 그저 적응하기 어려운 정도지 상처받을 정도는 아닐 것이다.
나는 이 일이 이렇게 지나가는 줄 알았다. 박윤성은 비록 나의 퇴사를 원하지 않았지만 내가 다른 회사를 차린 이상 우리의 노동관계도 자연스럽게 끝나야 했다.
그러나 한 달이 채 지나기도 전에 회사로 도착해보니 앞에 걸린 비긴이라는 두 글자가 옆으로 밀려나고 만현이라고 적힌 커다란 팻말이 붙어 있었다. 깜짝 놀란 내가 안으로 들어가 보니 우리 회사가 한쪽으로 밀려나 있었다.
주이진이 앞으로 다가오더니 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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