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2화
나는 그 말이 너무나 우스웠다.
“그런 말 하기 전에 자기가 무슨 행동 했는지는 돌아봐야 하는 거 아니야? 네가 무슨 자격으로 그런 소리를 해?”
“난 그저 민서를 동생으로 생각할 뿐이야. 그건 민서도 마찬가지고.”
어둡기 그지없는 박윤성의 얼굴은 억지로 내게 인정하라고 강요하는 것 같았다.
“나를 의지하는 건 맞지만 그것도 다 나를 오빠로 생각해서야. 어릴 적부터 같이 자라서 내 신분이 갑자기 변한 게 적응이 안 될 뿐이지 너를 받아들이려고 애쓰고 있어...”
나는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너무 우스워서 잘라버렸다.
“너는 네가 한 말이 믿어지니? 조민서가 너를 오빠로만 생각한다고? 박윤성, 조민서가 너를 의지하는 게 동생이 오빠를 의지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정말 네 눈에는 안 보이는 거야?”
박윤성이 어두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송지연, 사람은 어릴 적부터 같이 자란 사람한테 다른 감정을 느끼기가 힘들어. 나에게 조민서는 가족 같은 존재야. 할아버지도 조씨 가문의 은혜를 입어서 나더러 보답하라는 거고. 우린 그저 그렇게 간단한 사이일 뿐이야. 네가 생각하는 그런 추잡스러운 사이가 아니라고.”
“하하하하.”
나는 바로 웃음을 터트렸다.
“내가 추잡스럽게 생각한 거라고? 내가 추잡스러운 거야, 아니면 너희들이 추잡스러운 거야? 박윤성. 너 남 탓하는 데는 일등이네. 너희 둘을 두고 수군거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래도 내가 생각이 많은 거야?”
“유언비어일 뿐이야. 그게 그렇게 신경 쓰여?”
박윤성이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밖에서 너와 고인우 사이를 두고 수군거리는데 그러면 그것도 진짜라는 거야?”
나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반박하려다 그의 눈동자를 보고 귀신에 홀린 것처럼 이렇게 말했다.
“맞아. 진짜야.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 리가 있어?”
화해하려고 한 걸음 다가서려던 박윤성이 그 자리에 우뚝 멈춰서더니 나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저 정적이 흘렀을 뿐인데도 나는 더없이 차가운 한기를 느꼈다. 두 눈이 마주친 순간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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