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1화
나는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
분명 박윤성이 무서웠다. 그런데 왜 무서운지 알 수 없었다. 그는 한 번도 나한테 손찌검한 적이 없었지만 이상하게도 그가 나를 다치게 할 것 같아 두려웠다.
나는 고개를 돌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박윤성은 내 손목을 꽉 움켜쥐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왜 날 무서워해.”
그의 묵직한 목소리는 묘하게 사람을 압도하는 힘이 담겨 있었다.
나는 박윤성의 시선을 피하며 그를 보지 않으려 했다.
그러자 그는 손에 힘을 주어 내 손목을 더욱 세게 잡았다.
“대답해.”
나는 숨을 깊게 들이켰다가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외쳤다.
“하나도 안 무서워! 내가 왜 널 무서워해야 해?”
“무섭지 않다면 왜 내 얼굴 보지 못하는 건데?”
“그냥 네가 싫어서 그래!”
박윤성의 눈빛은 점점 더 깊고 어두워졌다.
그는 거의 내게 몸을 밀착하듯 다가왔고 뜨거운 숨결이 내 피부를 스쳤다.
나는 순간 소름이 돋아 본능적으로 그의 가슴을 밀쳤다.
“박윤성, 나 놓으라고!”
손목에서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졌다. 방금 치료한 상처가 욱신거리며 극심한 고통이 몰려왔다.
나는 최대한 목소리가 떨리지 않도록 애썼다.
그러나 박윤성은 내가 그를 혐오한다고 확신하는 듯했다.
“무섭지 않으면 아내의 의무는 해야지.”
박윤성의 목소리에는 거부할 수 없는 강압적인 기운이 담겨 있었다. 그는 그대로 나를 힘껏 뒤로 밀쳤고 나는 순식간에 침대 위로 쓰러졌다.
그가 몸을 숙이며 다가오자 나는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
“뭐 하는 거야! 놓으라고!”
내가 아무리 몸부림쳐도 박윤성은 아랑곳하지 않고 내 뺨과 귀 뒤를 거침없이 훑어 내려갔다.
그의 익숙하면서도 낯선 체온과 숨결이 나를 휘감는 순간 온몸이 떨리며 나는 필사적으로 그를 밀어내려 애썼다.
“박윤성, 제발 놓으라고!”
목소리마저 떨리고 있었지만 그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더욱 거세게 이어갔다.
나는 곧 힘이 빠져 저항조차 할 수 없게 되었고 그는 나를 침대에 내리눌렀다.
입고 있던 가운은 몸부림으로 흐트러져 열리고 말았다.
박윤성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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