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0화
나는 기대에 가득 찬 눈빛으로 침실 문을 바라봤다.
잠시 뒤 문이 열리고 박지한이 짙은 녹색 긴팔 잠옷을 입고 나타났다.
단추는 목 끝까지 꼼꼼히 잠궈져 있었고 그의 넓은 어깨며 단단한 몸은 고스란히 감춰져 있었다.
침대에 걸터앉은 박지한은 내 쪽으로 손가락을 흔들며 웃었다.
“그 눈빛은 뭐야? 실망이라도 한 거야?”
나는 괜히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마지막 미련을 담아 그의 하얗고 긴 목선을 한 번 더 슬쩍 바라봤다.
“불 꺼요. 나 잘래요.”
툭 내뱉고는 침대에 누워 이불을 뒤집어썼고 속으로는 소리 없이 투덜거렸다.
‘치사하게, 근육 하나 안 보여주네.’
박지한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불을 끄고 옆에 누웠다. 두 손을 배 위에 가지런히 포갠 채, 군더더기 하나 없이 반듯한 자세였다.
나는 옆으로 몸을 돌려 그를 한 번 슬쩍 바라봤다.
그는 곧 코웃음을 흘리며 이불을 말아 올리고 반대쪽으로 몸을 뒤집었다.
‘뭐가 그렇게 잘났다고... 나도 안 봐!’
그때, 박지한이 낮게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순간, 세상이 빙그르 돌며 나는 그대로 그의 품 안에 떨어졌다.
어둠 속에서 박지한의 입술이 내 입술에 닿았다.
그의 손길은 익숙하고 조심스럽게 내 치마 속으로 들어와 피부를 스치며 올라왔다.
나는 몸을 움찔했지만 그는 그저 조용히 웃었다.
“왜 웃어요?”
나는 얼굴을 붉히며 그를 쳤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그냥 너무 귀여워서.”
그러곤 내 몸을 안아 번쩍 들었다.
그의 손이 내 등 위를 조심스레 훑다가 어느 한 지점에서 멈췄다.
그 손끝이 부드럽게 문지르는 그곳에서 그는 낮고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
“여기... 이거 뭐야?”
나는 아무 말 없이 숨을 골랐다.
박지한은 곧 침대 머리맡의 조명을 켜더니, 내 잠옷을 살며시 걷었다.
나는 잠옷 자락을 붙잡고 고개를 저었다.
“보지 마요. 보기 안 좋아요.”
그는 내 손을 조심스럽게 떼어내며 단호하게 말했다.
“봐야 해.”
결국 나는 그의 고집을 꺾지 못했고 잠옷은 천천히 들려 올라갔다.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NovelRead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