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1화
윤준영은 눈치껏 이만 자리를 벗어나려고 했다. 떠나기 전, 그는 희망이와 인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공주님, 다음번에는 선물을 사서 올게.”
나는 희망이의 손을 꽉 잡았다. 꼭 박지한이 나한테서 아이를 빼앗아가기라도 하는 것처럼.
박지한은 아무 말 없이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너무나도 오래 바라보길래 뭐가 묻었나 싶어 나는 괜스레 얼굴을 매만졌다. 그때 박지한의 시선이 천천히 아이 쪽으로 내려갔다.
“이 아이는...?”
나는 희망이를 꼭 안은 채 옅은 미소를 지었다.
“철이 없던 시절의 결실이죠.”
틀린 말은 아니었다. 철이 없어서 부모님의 말씀에 홀라당 속아 언니 대신 신부가 되는 미친 짓을 했으니까.
박지한은 아주 잠깐 실망한 듯한 눈빛을 하더니 금방 손을 내밀어 희망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희망이는 갑자기 누군가가 머리를 만지는데도 가만히 있었다. 어쩐지 조금 좋아하는 것 같기도 했다.
박지한은 얼굴이 무서운 건 둘째치고 함부로 다가갈 수 없는 분위기 때문에 무서워하는 게 일반적일 텐데 희망이는 생글생글 웃었다.
아무래도 같은 핏줄이라 그런 듯하다.
박지한은 아이가 웃어주니 덩달아 기분이 좋은 듯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희망이는 쓰다듬는 걸 허락한 것뿐만이 아니라 이제는 아예 그에게 안기려고까지 했다.
안된다고 말리려 했는데 박지한은 대수롭지 않게 아이를 안아 들었다. 안는 모양이 썩 안정적이기는 않았지만 희망이는 조금도 불평하지 않았다.
“아저씨, 저 꿈에서 아저씨 얼굴 본 것 같아요.”
그 말에 박지한은 아이와 눈을 맞추며 응했다.
“그래? 꿈에서 아저씨 얼굴을 본 것 같아?”
나는 안 되겠다 싶어 얼른 박지한의 품에 든 희망이를 다시 뺏어왔다. 그러고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
“얘도 참. 꿈은 무슨. 신경 쓰지 마세요.”
박지한은 텅 비어버린 손을 가만히 바라보더니 이내 바지 주머니에 찔러넣었다.
“밥은 먹었어?”
매우 자연스러운 말투였다. 꼭 3년간 계속 내 곁에 있었던 것처럼.
“네, 먹었어요.”
내 말에 희망이가 볼을 부풀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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