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94화
우정숙은 백구연을 대문 앞까지 배웅하며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
“오늘 일은 미안해요. 유민이가 고집도 세고 또 정에 끌리는 성격이라 제가 미리 말을 해 줬어야 했는데.”
구연은 담담히 미소 지었다.
“괜찮아요. 유민이가 이모와 정이 깊어 가정교사를 바꾸고 싶지 않은 건 당연한 일이에요. 앞으로 힘들 땐 공부 문제로 언제든 저를 찾으셔도 돼요.”
“고마워요.”
우정숙이 진심 어린 눈빛으로 답했다.
“별말씀을요, 사모님께서는 이만 들어가세요.”
백구연은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천천히 대문 밖으로 걸어 나갔다.
자신의 차에 올라탄 뒤, 양손으로 운전대를 잡은 채 한동안 가만히 앉아 전방을 바라보았다. 그때 가방 속 휴대전화가 울렸고, 화면에 뜬 이름은 수민이었다.
[이모, 오늘 시간 있어요? 저 공부 자료 사러 가고 싶은데 같이 가 주시면 안 돼요?]
구연의 얼굴에는 평소의 온화함이 사라진 상태였다. 목소리조차 냉랭했다.
“미안해. 오늘은 할아버지를 모시고 행사에 가야 해서.”
요즘 들어 거의 자매처럼 가까이 지내던 이모가 이렇게 선을 긋자 수민은 순간 놀랐다. 이윽고 조금 풀이 죽은 듯 대답했다.
[알겠어요, 그럼 엄마랑 갈게요.]
“그래.”
짧게 대답한 뒤, 다른 전화가 들어오자 바로 수민의 전화를 끊고 새 전화를 받았다.
[구연아, 임씨 집안 작은 도련님이랑은 잘 지내고 있냐?]
백호균의 너그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구연은 입술을 꼭 다물었다가 낮게 고개를 숙였다.
“할아버지, 유민이가 가정교사를 바꾸기 싫어해서요. 전 지금 임씨 저택에서 나와 집으로 가는 길이에요.”
[그렇구나.]
백호균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
“죄송해요. 제가 부족했어요.”
[네 잘못은 아니야.]
백호균이 호탕하게 웃었다.
[아이란 본래 익숙한 사람에게 의지하는 법이지, 낯선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오히려 잘됐다. 집으로 와서 나랑 함께 있어라.]
“곧 돌아갈게요.”
이내 구연은 시동을 걸고 차를 몰기 시작했다.
임씨 저택 거실.
구연과 우정숙이 나가자 유민은 곧장 소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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