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9화

박지훈은 채시아의 의중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넌 푹 쉬어. 이 일은 내가 처리할게.” 그렇게 말한 뒤, 직접 의사를 불러 채시아의 상태를 다시 한 번 확인하게 했다.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들은 후에야 그는 조용히 병실을 나섰다. 윤성빈이 병문안을 왔을 때는 이미 박지훈은 떠난 뒤였다. 그와 함께 온 사람은 신도영이었다. 마침 간호사가 채시아의 상처를 소독하고 드레싱을 교체하던 중이라 두 사람은 병실에 들어가지 않고 병원 정원 한켠에 서 있었다. 신도영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어쩌다 갑자기 사고가 난 거야? 가해 차량이나 운전자는 잡았대?” 윤성빈은 자신이 채시아를 병원에 데려온 후, 박지훈이 먼저 가해자를 찾아냈다는 사실을 조용히 전했다. 신도영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그 사람 제법이네. 너보다 먼저 움직였잖아?” 그 말을 듣고 있던 윤성빈이 문득 물었다. “너는 그 사람, 나보다 낫다고 생각해?” 그의 머릿속엔 사고 직후, 채시아가 가장 먼저 연락한 사람이 박지훈이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신도영은 순간 멍해졌지만 곧 웃으며 말했다. “박지훈이 어떻게 너랑 비교가 돼? 그 사람이 좀 똑똑하고 발 빠르다 해도 결국 이 바닥에선 네 손바닥 안이잖아.” 윤성빈은 마음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불어오는 찬 바람 사이로, 가늘고 축축한 이슬비가 함께 날렸다. “그거 알아? 시아가 사고 났을 때, 제일 먼저 연락한 사람이 바로 박지훈이었어.” 신도영은 놀라 눈을 깜빡였다가 곧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 “그야 뭐, 박지훈이 워낙 말 잘하고 사람 기분 맞춰주는 데 능하잖아. 여자들 원래 달콤한 말에 약하잖아? 게다가 걔는 얼굴도 완전 여우상이잖아.” 윤성빈은 잘생겼다. 하지만 그의 외모는 마치 쉽게 다가설 수 없는 고고한 꽃 같았다. 반면 박지훈은 날카롭고 매혹적인 외모에 어딘가 위험한 기운까지 감돌았는데 그런 외모는 특히 여자들에겐 치명적이었다. 신도영은 그런 박지훈을 별로 좋게 보지 않았다. 겉모습은 번지르르해도 정작 속은 별것 없다고 생각했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