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7화

윤성빈이 느릿느릿 입을 열었다. 채시아는 눈빛이 일그러졌다. 그녀는 해외에서 박지훈의 신분이 평범하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는지 그녀는 알지 못했다. 자주 크게 상처를 입는다는 것만 알았다. “남을 헐뜯어 자신에게 이익이 없는 일을 하는 건 당신 스타일이 아닌 것 같은데요?” 채시아는 애써 평온한 척 말했다. 윤성빈의 커다란 몸이 채시아의 앞을 가로막았다. “나에 대해 잘 아는 것처럼 말하네?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건 어떻게 알지?” 그의 목젖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채시아는 그의 눈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많은 돈을 들여 손해 보는 장사를 하고 있잖아요?” 윤성빈은 냉소를 지었다. “아니. 틀렸어. 난 절대 손해 보는 장사를 하지 않아.” “지금 자리에 올라오고 보니 어떤 장사는 꼭 돈을 벌기 위한 게 아니란 걸 알게 됐어.”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계속 박지훈의 국내 기업들에 압력을 가하여 그들을 어렵게 만든 이유가 뭘까? 바로 울분을 풀기 위함이 아닌가? 만약 박지훈이 아니라면 채시아는 지금 감히 그와 이렇게 말할 수 있을까? 윤성빈은 이런 생각만 해도 분통이 터졌다. 채시아는 점점 더 윤성빈을 알 수 없었다. 분명 두 사람은 10년 넘게 알고 지냈지만 결혼 후나 지금이나 그녀는 여전히 그를 알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윤성빈도 그녀를 알지 못했다. 역시 두 사람은 헤어지는 게 맞았다. “근데 왜 그렇게까지 했어요?” 그녀가 묻자 윤성빈이 또박또박 말했다. “박지훈을 어렵게 만들면 널 힘들게 할 수 있으니까.” 채시아는 축 처진 손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 그녀는 이 나쁜 놈의 뺨을 때리고 싶었지만 감히 그러지 못했다. “대체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어요? 사기 결혼 말고 또 뭘 원망하는 거예요?” 윤성빈의 손이 그녀의 어깨에 내려앉았고 몸을 숙여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넌 도망가지 말았어야 했어. 날 속이지 말았어야 했어.” 그녀가 가짜로 죽은 요 몇 년 동안 윤성빈이 얼마나 멍청하게 살았는지 그녀는 알기나 할까? 채시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