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화
손 상서는 느닷없이 지목되자 몸에 번개라도 맞은 듯 굳어 섰다.
‘무슨 영문인가? 어찌하여 졸지에 일이 나에게로 번졌단 말인가?’
그는 본능적으로 손바닥에 쥐고 있던 혼약서의 조각을 내려다보았다. 혹여나 자신이 어딘가에서 실수를 범하여 심화영에게 의심을 살만한 빌미를 준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허나 이내 다시 생각을 가다듬었다.
‘심씨 가문의 셋째 아가씨라면 예로부터 우매하고 조롱의 대상이 아니었던가? 저 아이가 설마 그리도 깊은 속셈을 품을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그녀의 얼굴 위에 그윽이 떠오른 여유로운 미소를 보노라니...
손 상서는 저도 모르게 손에 힘을 주었다. 어찌 된 영문인지 손안의 혼약서 조각들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는 깊은숨을 들이쉬고 다시 길게 내쉰 뒤 미간을 찌푸렸지만 끝내 말은 아끼었다.
송연정은 온몸이 굳은 채 마치 낯선 사람을 보듯 눈앞의 심화영을 바라보았다.
오늘의 심화영은 정말이지 전과는 전혀 다른 얼굴이었다.
‘대체 뭘 하려는 걸까?’
심지어 강구조차도 혼란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명양왕 전강훈의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
“전하, 오늘의 화영 아가씨를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
전강훈은 말없이 고개만 살짝 기울였을 뿐 눈은 줄곧 그녀를 좇고 있었다.
사람들 앞에 우뚝 서 있는 그녀는 예전처럼 요란한 치장을 하지 않고 추향색 옷을 차려입었는데 무늬가 소박하고 정갈하였기에 그 덕에 그녀의 고운 얼굴은 마치 봄날의 꽃봉오리처럼 생기와 정취가 가득했다.
적당히 화사하고 절묘하게 눈부신 자태였다.
무엇보다 그 살굿빛 눈동자의 맑고 투명함은 마치 거울 같아 누군가의 속내라 할지라도 그 앞에서는 숨기기 어려울 듯했다.
그런 투명함은 과거에는 결코 존재하지 않았다.
더구나 오늘 이 자리에 황제와 장공주, 그리고 여러 황자들까지 모두 모였는데 그녀는 위험한 처지에서도 태연히 웃고 말하며 기민하게 대처하고 있었다. 예전처럼 허둥대거나 혼란스러운 기색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혼약서에 관해 묻자 정작 대답은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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