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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화

제왕이 오랜 세월 세도를 부릴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 황제의 친아우라는 신분을 등에 업고 자신의 욕망을 마음껏 채웠기 때문이었다. 황제가 그를 방임한 것도, 그가 쓸모 있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그 자신도, 황제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어리석은 인물이 아니었다. 오늘 벌인 이 일 역시 황제를 위한 것이었다. 목적은 하나, 심씨 가문과 전씨 가문의 사이를 이간질하고 심화영과 삼황자의 혼약을 파기하게 만드는 것. 심여진을 탐한 건 물론 한순간의 욕심이었지만 동시에 심씨 가문을 제 손아귀에 쥐기 위한 수단이기도 했다. 심화영이 삼황자에게 시집가고 심여진이 그에게 들어오게 된다면 심씨 가문은 전씨 가문과 등을 지게 되고 삼황자를 전폭적으로 지지할 수도 없게 되며 심여진을 고려해 제왕 쪽도 고려해야 하는 형편이 될 터였다. 그 말인즉 심씨 가문이 그의 편에 서게 되는 셈이자 결국 황제의 편에 선다는 뜻이었다. 이렇게 되면 조정은 균형을 이루게 되고 심씨 가문은 그야말로 그의 손아귀에서 움직이는 꼭두각시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제왕의 이 계획은 실패했다. 심화영은 그를 막아 세우고 물러서게 하지 않았다. 더구나 그 입에서 나오는 말 한마디, 한 마디가 칼처럼 날카로웠다. 그녀가 ‘공신을 모욕하고, 원씨 황족의 체통을 더럽혔다’는 말까지 꺼냈을 때 제왕은 문득 깨달았다. 오늘 일은 단순한 말다툼이나 집안 간 다툼이 아니었다. 이것은 조정의 일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도 위험한 대결이었다. 그리고 심화영은 전강훈의 손에 쥐어진 검이었다. 그녀의 입을 막고자 한다면 먼저 그 검을 쥐고 있는 자의 뜻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제왕은 심화영을 더는 상대하지 않고 시선을 곧장 전강훈에게 돌렸다. 조건을 내걸어 협상을 하려는 수였다. 그는 한 걸음 물러설 순 있지만 자신의 이빨을 부러뜨리는 것만큼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 물론 심화영도 정말이지 제왕의 이를 원한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그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살짝 돌려 전강훈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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