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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화

“잠깐!” 그때 심화영이 막아 나섰다. 그녀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두 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기하기 전에 한 가지 확인할 게 있습니다.” 전소현을 쳐다보는 심화영의 눈썹 아래로 차가운 빛이 스쳤다. “두 분은 소군주를 대신해 내기하는 겁니다. 만약 진다면 폐하께 사직을 고하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그리하지 않을 시에는 제가 아버지와 오라버니에게 도움을 청해 두 분을 어의원에서 쫓아내도록 하겠습니다.” “...!” 그 말에 이 어의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고, 노 어의도 눈살을 찌푸렸다. 정신을 차린 두 사람이 심화영을 바라보았을 때는 그녀의 눈빛이 이미 차갑게 얼어붙은 뒤였다. 심화영은 천천히 말을 이었다. “다들 저 심화영을 무능한 쓰레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여러 해 동안 사람들은 저를 조롱하는 것을 즐겼으니, 이제는 뭔가 다른 걸 보여드려야지요. 맨날 똑같은 모습만 보여드리니 재미를 느끼시지 못하는 것 같군요.” 심화영의 목소리는 높지도 낮지도 않았으나 한 글자 한 글자마다 차가운 기운이 서려 있어서 그녀 앞에 있던 두 사람은 등골이 오싹해졌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니 주변 있던 한 사람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 심화영이라는 여인은 조금 전 두 사람이 이유 없이 끼어든 것에 대한 복수를 하는 것 같아. 전에 연남산에서 중상을 입은 후로 완전히 달라졌다고 해서 믿지 않았는데 이제 보니 사실이야.”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전강훈을 쳐다보니 그의 풍채는 심화영과 너무도 닮아 있었다. 하지만 전강훈이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탓에 무슨 생각하는지 알 수 없어서 사람들은 시선을 다시 삼황자인 원태영에게 향했다. 원태영은 주변의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두 주먹을 꽉 쥔 채 팔을 미세하게 떨고 있었다. 가시적인 표정을 지속하기 어려워 보였다. 사실 원태영이 어의들을 데리고 온 연유가 심화영을 내기에서 패하게 만들어 전씨 가문과의 갈등을 다시 부추기려 했던 것이었으나 생각대로 되지 않았던 것. 심화영은 전강훈이 건넨 봉강검까지 휘두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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